“여기 나눔냉장고가 저더러 살아보라고, 버텨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서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운영중인 나눔냉장고가 희망을 잃은 주민에게 또다른 삶의 용기를 북돋워주어 감동을 주고 있다.지난주 이서혁신도시센터에 근무중인 기간제근로자인 양옥희씨는 전북혁신도시내 한국전기안전공사 건너편에 설치된 ‘행복채움 나눔냉장고’를 관리하던 중 냉장고에 붙은 쪽지 한 장을 발견하고 이 사실을 SNS에 올리면서 회자됐다.
이 메모에서 이용자는 “제 형편과 가난을 드러내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전 노인도 아니고 겉보기에만 멀쩡한 만성질환자라 복지 사각지대에 있거든요. 그동안 제가 살아오면서 사람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죽어라’였는데 이 냉장고는 저더러 ‘살아보라고, 버텨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쪽지를 발견한 양씨는 “여러 사람과 나눴으면 하는 마음에 SNS에 올렸는데 사연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화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서면사무소 맞춤형복지팀 하명희 주무관은 “처음 사연을 읽고 가슴이 찡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돕고자 설치한 나눔냉장고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했고, 이 쪽지를 계기로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0일 전북혁신도시내 한국전기안전공사 건너편에 설치된 ‘행복채움 나눔냉장고’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기적으로 완주지역자활센터 푸드뱅크가 식재료를 제공해주고, 로컬푸드 혁신점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 외 지역민들의 물품도 가득하다.
인근 상가에서 쌀과 떡을 나누기도 하고, 주민들이 손수 만든 반찬과 음료, 치약, 칫솔, 화장품 등 생필품도 있다.
또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며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아 나눈다는 찹쌀, 콩도 있다.
냉장고를 통해 받는 이가 자신도 나누고 싶다며 물건을 넣는 경우도 있다.
한 택배기사의 아내는 남편이 배고플 때마다 냉장고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며 자신의 음식을 나눴고, 한 초등학생은 삼각김밥 1개만 먹으려 했는데 2개나 먹었다며, 우유와 참치 캔을 넣는다는 사연을 게시판에 남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축의금을 대신해 받은 쌀을 나눔냉장고에 보내기도 했다.
이서면 관계자는 “쪽지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가슴 뭉클할 때가 잦다. 우리 이웃들의 정을 느끼는 현장이 바로 나눔냉장고인 것 같다”며 “냉장고의 온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완주=정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