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꺼져, 박근혜 퇴진, 박근혜를 탄핵, 세월호를 하루빨리 인양하라. 내 새끼를 살려내. 씨부랄놈들아. 허다윤을 가족 품으로, 새누리당 해체, 권한대행 황교안을 감옥으로’ 등등 이상은 전주시내 팔달로, 충경로, 기린대로, 백제로, 아중로, 온고을로 홍산로 등 중심대로변에 철부지들의 낙서판처럼 너절너절 붙어 나부끼고 있는 세월호 현수막 문구다.
19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어 나라다운 나라를 표방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린 지도 어언 석 달째 접어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은 물론 구속되고 세월호가 온전하게 인양된 지도 넉 달째 되어가고 있는 시점이다. 새누리당은 대선 전에 진즉 붕괴되었다. 허다윤 양도 이미 수습되었다. 그런데 지금도 새누리당 해체, 박근혜 탄핵, 퇴진, 세월호 인양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주를 찾은 수백만 외지인들이 그걸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얼굴이 뜨겁다. 그러고도 아무생각 없이 전주국제영화제니 U-20 월드컵 개막식 경기를 하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줄 모르는 도시다. 전북인으로서 전주 시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필자뿐일까?더욱이 문구 표현도 저질스럽고 일부 현수막은 낡아 퇴색되고 찢어져 나부끼는 모습이 흉물스럽기조차 하다. 참으로 보기에 딱하다. 이미 시효가 지난 게시물이 거리의 미관을 해치고 문구가 통행인의 정서를 흐리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민은 물론 자치단체도 언론도 무관심이다. 도시 환경에 대한 행정 부재 상태인 듯하다. 전주시의 슬로건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 와는 걸맞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나 유가족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최근 다녀 본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제주 등 어디에도 거리에서 세월호 노란 현수막을 볼 수 없었다. 유독 전주와 정읍 등 전북에서만 보았다.
세월호 참사는 참으로 잊어서는 안 될 불행한 사고이다. 희생자 304명의 명복(冥福)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인간적 도리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이 있듯이 예도 지나치면 오히려 예를 해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3년이 지났고 이미 수습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아무리 효자일지라도 3년이면 부모 상복(喪服)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세월호도 예외는 아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 국민 모두 애도의 예를 갖추었다. 가슴에는 노란 배지를 달았고 길거리는 노란 현수막이 애도의 마음으로 펄럭이었다. 너무도 인간적인 거리풍경이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자연의 순리대로 시효가 있는 법이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자연의 순리를 깨닫는다. 어젯밤 꽃이 지고 열매가 맺었다. 자연은 올 때와 갈 때를 제대로 지킨다.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은 시작과 마무리가 있다. 세월호 현수막도 그렇다. 조심스레 수습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 자체를 묻어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도 세월호 사고의 철저한 진실 규명을 지시했다. 정히 세월호 현수막을 걸고자 하면 시의적절한 내용을 정선해서 품격을 살려야 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문 대통령 가슴에 노란 세월호 추모 배지가 ‘나라사랑 큰 나무 배지’로 바뀌었다. 음미해 볼만 하지 않은가?
은종삼 칼럼니스트
그리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저런 사람들을 지식층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