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집결지로 들어간 전주시청
성매매집결지로 들어간 전주시청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7.07.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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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업소 건물에 현장시청 6호 ‘서노송예술촌 현장시청’ 현판식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

 성매매집결지인 전주 선미촌에서 11일 개청 현판식을 한 전주시 현장시청 ‘서노송 예술촌’의 입구 외벽에 새겨진 문구다.

 지난 60여년 동안, 그리고 현재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이곳에 전주시가 현장시청을 개청한 데 따른 시민들의 반응은 “선미촌이 정말 예술촌으로 바뀔까?” “업주들과 아가씨들이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텐데…”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듯하다. 이는 곳 우려 속에 기대감이 묻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주시는 11일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에 건물을 사들여 이른바 현장시청 현판식을 내걸고 업무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김승수 전주시장과 전주시의회 이병하 도시건설위원장 등 10여 명의 시의원,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 관계자, 노송동 주민대표 등이 참석해 현장시청 개청의 의미에 마음을 실었다. 

 선미촌 현장시청 개청은 단순히 사무실 개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반세기 이상을 ‘19금 지역’으로 지켜온 전주 선미촌을 예술촌으로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전주시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최초라는 것이다. 성매매집결지에 시청이 설치된 것은 전주시가 세계적으로도 첫 사례라는 점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개청식에서 “시청의 본질은 건물이 아니라, 시민의 삶과 직결된 현장에 있다.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단순한 행정업무 지원을 넘어 대립과 갈등이 있는 현장에도 시청이 찾아 나설 것”이라며 “지난 60여년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산맥처럼 전주를 단절시켜온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이 문화예술과 인권의 옷을 입고 점차 시민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문화예술의 힘으로 여성인권과 주민들의 삶, 시민공방촌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선미촌 내 현장시청을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주변 일대를 예술촌으로 바꾸는 나간다는 계획이다. 공간적으로 성매매집결촌을 문화재생지구로 변화시켜 나가는 한편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자활지원을 다양하게 펼쳐 당당한 시민의 한 시람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다.

 시는 서노송예술촌 현장시청 사무실에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 선미촌정비 민관협의회원들뿐 아니라 선미촌 인근에 거주하는 노송동 주민들과 선미촌 토지·건물주, 성매매업주 및 종사자 등 선미촌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계획이다. 반대로, 시가 추진하는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에 대한 충분한 설명으로 관련자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이날 개청식 주변에는 선미촌 업주들도 있었다. 종사 여성 또한 ‘대책없는 고사작전 웬말이냐. 생존권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한터전국연합회 전북지부 강종덕 비대위원장은 “시가 우리들과 협의도 없이 건물을 매입한 후 예술촌으로 만들고 시청을 개청하는 등 밀고들어와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고사작전을 펴고 있다”며 “우리는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다. 대책을 내놓고 협의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한터전국연합회와 협의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하며 전주시의 일방적인 예술촌화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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