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축축 쳐져 힘없이 다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항상 활력이 넘친다. 오히려 비가 내리기 전 몇몇 아이들은 평소 때보다 더 씩씩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은 활동범위가 넓은 만큼 가끔 아이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이렇게 힘이 남아도는 아이들을 단체생활에 방해가 된다 하여 무조건 억제하려고 하면 안 된다.
수업시작하기 전에 운동장에 나가 실컷 뛰어놀도록 하거나 교실에서 수업할 때에도 선생님의 강의식 수업보다는 아이들의 활동분량을 많이 넣는 것이 좋다.
운동을 무척 좋아하는 5학년 남자아이가 있었다. 축구를 특히 좋아하던 그 아이는 아침이면 몇몇 친구들과 1교시 종이 울릴 때까지 신나게 뛰어놀았고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도 늘 축구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부터 그 아이가 운동장에 나타나질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보니 그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생겨 교실이나 복도계단에서 게임을 하느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아이와 늘 놀던 아이들도 하나 둘 보이지 않았고 가끔 복도 계단이나 현관 입구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아이들에게 왜 복도계단에서 이렇게 모여앉아 스마트폰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 지역이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는 것이었다. 난 도서실이 우리 학교에서 와이파이가 가장 잘 된다고 말을 해주었다. 당시 도서실이 컴퓨터실 옆에 있어서인지 사실 신호가 잘 잡힌 것은 사실이었다. 아이들은 우르르 도서실로 몰려와 스마트폰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관리하시던 선생님은 조용히 하는 것과 스마트폰 30분 이상 하지 않기 약속을 잘 지켜주면 허락해주겠다고 했다.
나중에 가보니 그 아이들이 모두 책을 읽고 있었다. 책에 집중하다 보니 스마트폰을 잊은 것이다. 정말 고맙게도 그 아이들은 남아도는 에너지를 책을 읽음으로 해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도서담당 선생님이 매우 고마웠고 조용히 책을 읽던 아이들이 너무 기특했다. 아이들은 그 뒤로도 게임을 가끔 하긴 하지만 꾸준히 도서실에 찾아와 책을 읽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아이들은 스펀지와 같다고들 한다. 어른이 어떻게 무엇을 쥐어주느냐에 따라 무한히 변화하고 얼마든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분명 좋은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운동장에서 놀 때는 씩씩하게 신나게 놀고 공부할 때는 또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가 바람직한 아이이다. 내 아이의 몸과 마음이 균형 있게 성장하도록 어른들은 늘 관심 있게 지켜보자.
이길남 부안격포초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