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치로 성숙한 민주시민 기른다
학생 자치로 성숙한 민주시민 기른다
  • 임희종
  • 승인 2017.07.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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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이맘때면 우리 학교는 학생회장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참모들이 삼삼오오 피켓을 들고 기호를 호명하며 핵심 정책을 외친다. 이번 학생회장은 3명이 출마하였다. 2학년 회장후보는 2학년 및 1학년 부회장 각 1명을 러닝메이트로 만들어 선거에 임한다. 이번 학생회장단 후보들은 자신들의 공약 6~7가지를 내걸고 고교시절 가장 기억할 만한 민주주의 현장에 나섰다.

  먼저 1,2,3학년 전체 학생들이 모인 강당에서 각 후보자는 PPT를 활용한 공약 제시, 참모 찬조연설 등 20분씩을 사용하여 학생들의 판단과 호응을 얻어내려 최선을 다했다. 역시 한국의 정치현장에서처럼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소통’이었다. 파편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임원과 학생들 간의 소통을 통한 학생회 운영이 가장 큰 관심사이었다.

  각 후보들의 공약도 이전의 학생회보다 구체적이고 세련되었다. 기호 1번은 학생회의 방대한 조직을 개편하면서 발생하는 차익금의 학생복지 사용, 겨울철 화장실 세면대 온수 사용, 모의고사 실시 후 방과 후 학습 폐지, 급식실 휴지 설치 등. 이 중 3학년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은 공약은 역시 3학년 수능 50일 선물 제공이었다. 기호 2번은 학생회실, 샤워실 상시 개방, 급식 개선, 소통을 위한 건의함 설치, 교실 선풍기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PPT자료를 멋지게 만들어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노력하였다. 기호 3번은 방과 후 학습 종료 후 후문 개방, 학생 이용 가능한 복사실 설치, 동아리 주도 각종대회 실시, 축제 활성화 등 학생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 주장을 펼쳤다.

  학생들의 질의응답도 1시간여에 걸쳐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공약인지, 학교 당국과 얼마만큼 조율이 이루어졌는지, 재정 확보는 가능한지, 지난 학생회와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등 경청 후 문제를 제기하고 후보자의 답변이 충분치 않으면 재질문하는 모습은 여느 TV토론장보다 멋져 보였다.

  후보의 검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NIE토론논술’ 자율동아리에서 주최하는 학생회장 후보 공청회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한다. 공약에 대한 상호토론과 방청석 자유질문은 한 걸음 더 들어가 학생회장 및 부회장 후보의 역량을 다면적으로 확인해보는 시간이다. 급식 개선에 대한 공약의 경우는 학생회장 후보가 직접 영양사를 찾아뵙고 식재료비, 인건비, 입찰 경유 등을 알아본 후 전후 사정을 밝혀 학생들이 급식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알게 하고, 나름 대안으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메뉴 조정 등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투표가 종료되고 개표를 해보니 기호 1번이 많은 표차로 당선되었다. 당선된 학생회장은 학생들뿐 아니라 전체 교직원회에서 선생님들께 당선 인사를 하고, 선생님들은 뜨겁게 새로운 학생회 출범을 축하해 주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실수에 대해 ‘처벌 중심에서 치유’로 전환하였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알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지침으로 정하여 실시하고 있다.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한 영혼의 소중함을 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노력은 더디더라도 학생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다. 선도위원회와 학생들로 구성한 자치법정을 통해 학생 자치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물론 교사들이 학생들을 세워주려는 노력과 지속적인 관심의 일환임은 말할 것도 없다. 좀 서툴기는 하여도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분명 알고 있다.

  이번 학생회장 후보들의 토론을 보며, 순간적인 판단력과 재치, 상대를 향한 배려와 적절한 반론, 자신의 공약이 탁월함을 내세우는 능력 등이 돋보여 가르치는 교사로서 흐뭇함을 느꼈다. 그래, 너희들이 살아갈 미래는 그렇게 배려하고, 상대가 더 좋은 생각을 내놓으면 칭송하기도 하고 수용도 하거라. 그렇지, 더 나은 사회와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가는 거지.
 

  선생님의 일방적 가르침보다 학생이 주체가 된 배움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수 없이 떠다니는 정보를 조정하고 적절하게 가공하는 능력을 확보하게 하는 일은 기회를 부여하고 스스로 해보게 하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학생주도성”, 각 대학 학생선발에서도 학생 스스로 제안한 과제들을 서로 협력하여 해결하고 배우는 프로젝트기반학습(PBL)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까운 주변의 일에서부터 해결하는 능력을 확보하고 협력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나갈 때 4차 혁명의 시대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제자들이 주체가 되어 IT 기술을 활용 더 아름답고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임희종(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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