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동물권
  • 나영주
  • 승인 2017.07.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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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아이와 함께 전주동물원에 갔다. 항상 가족 동반 관람객들로 붐비던 동물원은 한산했다.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는 장마철이라서 그런 듯했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코끼리 앞에 섰다. “아빠, 코끼리가 왜 빙글빙글 돌아?” 아이 말처럼 코끼리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아마도 스트레스가 원인인듯싶었다. “심심해서 그런가봐” 대답은 해줬지만 개운치 않았다.

 동물원이 없다면 아이가 코끼리와 기린, 사자와 호랑이를 직접 눈으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굳이 보려면 어렵게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야 할 것이다. 동물원 관람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아이에게 신선한 경험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살았던 곳이 제각각인 동물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 일은 야만적일 수 있다.

 동물원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중국과 한국의 삼국시대에도 신기한 동물들을 잡아서 가두어 구경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와 같은 근대적 의미의 동물원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모습이 갖추어졌다. 식민지 국가를 탐험한 탐험가들이 진귀한 동물을 포획해 자국으로 가져와 돈벌이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심지어 제3세계의 인종이 다른 사람을 가둬 놓고 구경거리로 만든 ‘인간 동물원’도 있었다고 한다.

 동물원이 동물의 동물권(?)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하여 찬반이 분분하다. 야생 서식지보다 안락한 환경에서 사육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야생의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두어 놓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멸종동물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래서 우리나라 동물원들을 관리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점차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생태공원화 시키고자 노력한다.

 동물에게 권리가 있을까. 우리나라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物件)이다. 다만,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어 보호의 필요성은 법제화되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보신탕’ 문화에 대한 외국의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제정되었다는 비화가 있다.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회자하는 동물 학대 사건에서 학대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 바로 위 동물보호법 제8조에 규정된 동물 학대금지 조항이다. 같은 법 46조는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고, 법률에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는 법 규정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심지어 헌법에 명문화시킨 국가도 있다. 독일은 기본헌법 20조에 ‘국가는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갖는다’고 명문규정을 두었다.

 우리도 동물권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가장 하찮은 존재에 대한 보호가 그 나라의 인권의식을 판단하는 준거가 된다는 말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전주동물원이 생태해설 등 시민교육공간으로 변신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전북도민일보 2017년 6월 28일자 기사 참조).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노력이 전국 동물원 가운데 역사가 깊은 전주동물원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 뜻 깊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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