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전북경제 직격탄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전북경제 직격탄
  • 조경장 기자
  • 승인 2017.07.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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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산업단지 침체, 자영업 붕괴 등 지역경제 막대한 피해 불가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정문을 폐쇄하기 위해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다. /조경장 기자
  “실낱같은 희망마저도 이제는 깨졌습니다. 정부도 정치권도 나 몰라라 하는 것 같아 허탈감과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만은 이뤄지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던 근로자 양모(48)씨는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하청 일을 하던 양 씨는 3년 전 고향인 군산으로 올라와 군산조선소 일을 했지만 가동 중단으로 인해 또다시 가족들을 떠나 조선소 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양 씨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이제는 살 궁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심란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조선업 경기 침체로 인한 수주물량의 감소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예정대로 7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앞선 지난 5월 군산조선소 일시 가동 중단을 공시한 이후 군산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결국 공시대로 선박 건조기능을 중단한 채 관리만 할 수 있는 소수 인력만을 남겨 놓은 상태다.

그동안 군산시민들과 전북도민들은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범도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주요 당과 현대중공업에 서명부를 전달했으며 국회 토론회, 1인 릴레이 시위, 범도민 결의대회, 정치권과의 협력 체계 구축, 중앙부처 방문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에서도 군산조선소는 국가차원에서 존치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지난 바다의 날 행사에서도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조선산업을 살리겠다고 말한 바 있어 희망의 불씨를 남겼다.

더불어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29일 전북도를 방문해 군산조선소 존치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기로 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돌연 방문을 취소해 실망감과 허탈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은 현실로 확인됐고 이로 인한 인구감소는 물론 산업단지의 경기침체, 자영업의 붕괴 등 지역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 졌다.

송하진 지사는 2일 군산조선소 가동 전면 중단과 관련 “심장이 멎은 듯 절절한 아픔을 느낀다”며 유감을 표명한뒤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어려울 수록 흔들리지 말고 전북경제 활성화를 굳건히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도민들에게 호소했다.

1조2천억원을 들여 2010년 문을 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012부터 2015년까지 연간 1조원 안팎씩 총 4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군산은 물론 전북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수출은 7억800만 달러로 전북 총수출의 9%를 차지했으며 그동안 360억원의 지방세를 냈다.

그러나 총 70여 척의 초대형 선박을 건조하며 승승장구하던 군산조선소는 조선업 불황 여파와 수주절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군산조선소의 불황으로 지난 1분기 군산지역 수출은 전년대비 41.7% 감소하며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군산조선소 및 86개 사내외 협력업체 중 51개 업체가 폐업(59.3% 감소)해 35개 업체만 남았고 근로자는 5천250명에서 3천858명이 실직(73.4% 감소)돼 1천392명만 남은 상태지만 가동중단으로 이마저도 유지가 어려워져 2만여 명의 가족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여기에 군산조선소 주변 음식점과 상가 등은 더욱더 침울한 분위기다.

이미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 되기 전부터 원룸과 음식점 등은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이번 가동 중단으로 폐업까지 생각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오식도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A모씨는 “그동안 우리가 했던 노력이 모두다 물거품이 된 것 같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면서 “임대료, 인건비 등 유지비를 생각하면 더 이상 가게 운영이 힘들어 다른 업종을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며 허탈해 했다.

또 다른 시민은 “대통령이 군산조선소에 대한 정상화를 해준다고 그러더니 역시 말 뿐이었다”며 “도대체 지역 국회의원이나 정치권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군산시 관계자는 “정부는 선박펀드 2조 6천억 원 중 남아있는 1조 6천억 원을 지원할 수 있는 해운선사를 물색하고 선박건조 물량을 군산조선소로 조속히 배정해야 한다”면서 “또한 군산조선소 가동에 따른 손실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모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군산조선소를 이른 시일 내에 재가동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009년 7월 오식도동 매립지(180만㎡)에 총 1조 4천600억 원을 들여 축구장 4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와 자동차 400여 대를 한꺼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이 들어섰다.

 군산=조경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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