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는 마음
차를 마시는 마음
  • 이창숙
  • 승인 2017.06.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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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9>
야생차 문화 축제에서
 7월 초 인데 가뭄은 계속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에게 차 한 잔 정성스럽게 우려 마주하면 어떨까. 먼저 물을 끓이는 주전자가 필요하다. 전기포트와 차를 우리는 다관과 잔을 준비한다. 소장하고 있는 다구가 있으면 그 것을 사용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리로 된 다관과 찻잔을 준비한다. 유리다관은 차의 색과 물의 양을 조절하기에 좋다. 본래 차는 종류에 따라 우리는 도구와 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유리로 된 차 도구 한 벌이면 모든 차를 다룰 수 있다.

 물을 준비한다. 평상시 선호하는 약수터의 물이나 생수, 수돗물을 사용해도 된다. 같이 마실 사람이 몇인지, 만약 혼자서 마신다면 차를 우리는 다관의 크기는 좀 작은 것으로 준비한다. 탁자에 다포를 깔고 다관과 찻잔을 다포위에 정갈하게 놓는다. 물을 주전자에 붓고 끓인다. 어떤 물이냐에 따라 끓이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수돗물의 경우 전기 포트 물이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어 1분가량 더 끓인다. 이는 소독약 냄새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생수의 경우도 뚜껑을 열고 30초 정도 더 끓이면 된다. 그 다음은 다관과 찻잔을 뜨거운 물로 예열(뜨거운 물로 차도구를 데운다)한다. 다관의 물을 옆에 퇴수기(물을 버리기 위한 그릇)에 버린다. 다관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요즘은 차를 담은 봉지에 우릴 때 차의 양과 시간이 표시되어 있어 그 기준에 따라 우리면 된다. 유리다관 속 찻잎이 펴져 차색이 우러난다. 물은 깨끗하고 맑은 황금 녹색이 되고 코끝에 향기가 피어오른다. 그때 잔에 따라 마시면 된다. 혼자 마신다면 차의 색과 맛, 향기를 한껏 즐기면 된다. 여럿이 마신다면 얘기도 나누고 한편으로는 차를 마시면 된다. 이렇듯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과정은 다른 사람과의, 때론 자신과 소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 초대하는 이가 있다면 그들의 취향에 맞는 차와 다구를 준비할 것이요. 맛있는 차를 우리기 위해 정성을 다할 것이다. 자신을 위하든 타인을 위하든 차를 준비하는 것은 더욱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다. 뜨거운 차를 작은 잔에 따라 마시게 되니 천천히 조금씩 마시게 되어 마음 또한 차분해진다. 색·향·미를 느끼기 위해 오감을 작동하니 감각도 키우게 된다.

 이렇듯 차를 다루는 즐거움은 곧 마음공부의 첫 번째 일 것이다. 당대(唐代)의 유정량(柳廷亮)은 차의 열 가지 덕을 말하였다. 그중에 차로서 예절과 어진 마음을 기르고(以茶利禮仁), 차로서 몸을 기른다(以茶養身體)는 말이 있다. 차를 마심으로서 몸과 마음의 병을 물리치고 정신과 신체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차로서 마음가짐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 사람들이 공부하는 3가지 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성현들의 글을 통해 지견을 밝히는 것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들의 선악을 보아 스승과 거울을 얻는 것이고, 셋째는 모든 사물을 접응할 때 그 속에서 진리와 교훈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이 모두 어려움이 큰 공부이다. 성현들의 경전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참으로 분별할 줄 아는 마음이 바르게 서야 다른 이를 통해 참과 그릇됨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 마음공부이며 인성과 관련된 공부이다. 우리사회가 인성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2015년에 7월에 인성교육법이 시행되었다. 교육을 통해 내면을 바르게 가꾸고 사람다운 성품을 기르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인성교육의 8대 핵심덕목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력, 효, 예로 정의 하였다. 그런데 최근 개정 발의(2017년 6월)하면서 그 목표를 효와 예를 대신하여 참여, 생명존중, 평화 등 시민 됨의 가치로 정의하였다. 그 중요도는 알 수 있지만 효(孝)와 예(禮)를 대신하여 개정한다는 내용은 조금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다. 핵심 덕목을 바꿔 큰 단어의 나열보다는 작은 나의 마음을 공부하는 것이면 족할 것이다. 그 속에 부모를 공경하는 효는 가장 으뜸이 될 것이다. 오늘은 한국식 차를 준비하며 내안의 마음을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 글 = 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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