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물 부족 국가에 살고 있다
우린, 물 부족 국가에 살고 있다
  • 황의영
  • 승인 2017.06.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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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을 살리기 위해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 “아니다, 이런 가뭄에 애써 가둔 물을 왜 그냥 흘려보내야 하느냐?” “보문(洑門)을 열어야 한다.” “보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지난 5월 하순 정부가 4대강에 설치한 보의 문을 열기로 결정했을 때 환경단체와 농민들 간의 오간 얘기들이다. 보 개방에 대한 찬성과 반대여론이 팽팽히 맞서자 정부는 6월1일부터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녹조발생이 심하고 체류기간이 길며, 수자원 이용에 지장이 없는 6개보를 먼저 개방하기로 했다. 개방을 하되 농업용수 이용에 지장이 없는 선까지만 물을 빼기로 했다. 보에 따라, 현재 수위보다 20cm에서 최대 1m25cm까지 수위를 낮춘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하다. 특히 강원도와 충남 서부지방은 더욱 심하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기록된 가뭄은 44년간 총 17차례나 된다. 평균 2~3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인데 2012년 이후로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전북지방에서도 6월 초순부터 남원과 순창, 고창 등 일부 지역에서 논물마름과 밭 시듦 현상이 발생했고 중순부터는 고창지역에서 염해와 논물마름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충남 서부지역의 가뭄은 유례없는 수준이다. 역대 가뭄은 ‘땅이 마르는 가뭄’으로 비가 오면 금 새 해갈됐다. 그러나 올해 가뭄은 땅은 물론이고 ‘물까지 마르는 가뭄’이라고 한다. 연중 가뭄소식이 이어졌던 2015년 보령댐 저수율이 18.9%로 역대 최저기록이었는데 올해는 10.2%까지 떨어지며 기록을 경신했다. 5월에는 본격적인 농사철에 들어서며 많은 물이 필요하다. 기상청의 ‘최근 10년간(2008~2017) 5월 강수량’ 자료에 의하면 2011년까지는 100mm를 상회했으나 2012년 36.2mm로 떨어지더니 2013년을 제외하고는 5년간 100mm미만이었다. 올해 5월30일까지 집계된 양은 27.0mm로 1973년 관측 이래 최저치다. 5~7월강수량도 2012년 이후부터는 모두 평년이하다. 5~7월은 장마를 포함해 연중 비가 가장 많이 오는 때로 보통 이때 대부분 저수(貯水)가 이뤄진다. 국민안천처 자료에 의하면 2012년 가뭄 때는 전국평균 강수량이 평년대비 32%, 2013년 제주·경남 가뭄 때는 제주 강수량이 평년대비 25%, 울산·부산은 각각 38%, 48%였다. 2014년 중부지방 가뭄 때는 이 지역 강수량이 평년대비 50~61%를 나타냈고 연중 가뭄이 이어진 2015년에는 전국 강수량이 평년대비 62%, 중부지방은 45~54%였다. 기상청은 매년 기상원인이 달라 최근 가뭄이 특정한 추세라고 설명하긴 어렵다지만 보통 지구온난화로 지역 강수 편차가 커지고 수해와 가뭄이 반복된다고 알려진 만큼 장기적인 추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앞으로는 매년 가뭄이 연례행사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뭄이 매년 온다면, 미리 필요한 만큼의 물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자고로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치자(治者)의 중요한 덕목이다. 진나라는 도강언(都江堰)이라는 제방을 쌓아 홍수를 예방하고 정국거(鄭國渠)라는 수로를 완성하여 황무지가 옥토로 변했고 진나라는 더욱 강성해져 마침내 중국천하를 통일하는 대업을 이뤘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고 소중히 써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물은 흔한 것이고 비경제재(非經濟財)라는 관념이 남아있다. 그러나 물은 같은 양의 휘발유 보다 더 비싸다. 필요한 양의 물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물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4대강 보(洑)에 물을 가둬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을 필요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양수·수로시설 등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상시적 물 부족지역에는 댐, 저수지 등 저수시설을 더 만들어 물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강물을 그냥 바다로 흘려보내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도 이젠 선진국이다. 경제적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부국이다. 언제까지 농민들이 가물어 물 걱정을 해야 하고 섬 지방 등에서 식수 걱정을 해야 하나? 이미 만들어진 수리시설은 잘 활용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고 물이 부족한 지역에는 서둘러 저수시설을 설치하자. 새로 출발한 이 정부는 결코 물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치산치수를 잘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

 황의영<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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