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하다. 특히 강원도와 충남 서부지방은 더욱 심하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기록된 가뭄은 44년간 총 17차례나 된다. 평균 2~3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인데 2012년 이후로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전북지방에서도 6월 초순부터 남원과 순창, 고창 등 일부 지역에서 논물마름과 밭 시듦 현상이 발생했고 중순부터는 고창지역에서 염해와 논물마름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충남 서부지역의 가뭄은 유례없는 수준이다. 역대 가뭄은 ‘땅이 마르는 가뭄’으로 비가 오면 금 새 해갈됐다. 그러나 올해 가뭄은 땅은 물론이고 ‘물까지 마르는 가뭄’이라고 한다. 연중 가뭄소식이 이어졌던 2015년 보령댐 저수율이 18.9%로 역대 최저기록이었는데 올해는 10.2%까지 떨어지며 기록을 경신했다. 5월에는 본격적인 농사철에 들어서며 많은 물이 필요하다. 기상청의 ‘최근 10년간(2008~2017) 5월 강수량’ 자료에 의하면 2011년까지는 100mm를 상회했으나 2012년 36.2mm로 떨어지더니 2013년을 제외하고는 5년간 100mm미만이었다. 올해 5월30일까지 집계된 양은 27.0mm로 1973년 관측 이래 최저치다. 5~7월강수량도 2012년 이후부터는 모두 평년이하다. 5~7월은 장마를 포함해 연중 비가 가장 많이 오는 때로 보통 이때 대부분 저수(貯水)가 이뤄진다. 국민안천처 자료에 의하면 2012년 가뭄 때는 전국평균 강수량이 평년대비 32%, 2013년 제주·경남 가뭄 때는 제주 강수량이 평년대비 25%, 울산·부산은 각각 38%, 48%였다. 2014년 중부지방 가뭄 때는 이 지역 강수량이 평년대비 50~61%를 나타냈고 연중 가뭄이 이어진 2015년에는 전국 강수량이 평년대비 62%, 중부지방은 45~54%였다. 기상청은 매년 기상원인이 달라 최근 가뭄이 특정한 추세라고 설명하긴 어렵다지만 보통 지구온난화로 지역 강수 편차가 커지고 수해와 가뭄이 반복된다고 알려진 만큼 장기적인 추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앞으로는 매년 가뭄이 연례행사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뭄이 매년 온다면, 미리 필요한 만큼의 물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자고로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치자(治者)의 중요한 덕목이다. 진나라는 도강언(都江堰)이라는 제방을 쌓아 홍수를 예방하고 정국거(鄭國渠)라는 수로를 완성하여 황무지가 옥토로 변했고 진나라는 더욱 강성해져 마침내 중국천하를 통일하는 대업을 이뤘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고 소중히 써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물은 흔한 것이고 비경제재(非經濟財)라는 관념이 남아있다. 그러나 물은 같은 양의 휘발유 보다 더 비싸다. 필요한 양의 물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물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4대강 보(洑)에 물을 가둬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을 필요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양수·수로시설 등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상시적 물 부족지역에는 댐, 저수지 등 저수시설을 더 만들어 물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강물을 그냥 바다로 흘려보내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도 이젠 선진국이다. 경제적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부국이다. 언제까지 농민들이 가물어 물 걱정을 해야 하고 섬 지방 등에서 식수 걱정을 해야 하나? 이미 만들어진 수리시설은 잘 활용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고 물이 부족한 지역에는 서둘러 저수시설을 설치하자. 새로 출발한 이 정부는 결코 물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치산치수를 잘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
황의영<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