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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연구와 서구학자
이정덕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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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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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일기로 한국사회의 압축근대를 연구하기 시작한 지 6년이 되었다. 갈수록 일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다. 한 명이 30~50년 동안 쓴 일기를 읽고 있으면 그 사람의 생애가 그곳에 거의 다 드러난다. 하루하루는 짧게 썼을지 몰라도 수십 년을 모으면 인생의 온갖 이야기가 다 들어간다. 그래서 온갖 비밀스러운 이야기들도 나온다. 살인, 폭력, 방화, 사기, 가족불화, 외도, 부정부패, 부정선거 등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 이상으로 스스로 성장하고 이웃과 협동하고 가족을 꾸리며 세상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그동안 여러 일기를 책으로 출간하면서 농민, 교장, 직장인, 상인, 주부의 희로애락, 일상적인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남의 깊숙한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일기연구를 먼저 시작한 서구의 책을 읽다가 이번에는 일기연구에 대한 영국의 책을 번역하였다. 번역하면서 서구학자들의 동양에 대한 인식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만의 역사와 경험을 중심으로 일기를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적 일기는 서구에서 시작되었으며 서구 개인주의 때문에 성찰적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기를 통한 자아성찰이 마치 근대 서구의 특성처럼 적고 있다.

 너무 동양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아시아는 서구보다 훨씬 일찍 문자사회를 이룩하였고 유교를 통하여 자아성찰을 강조하여 왔다. 자아성찰은 일상적으로 선비가 해야 할 일이었고 또한 군주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동아시아에서는 일찍부터 자아성찰을 기록한 일기도 나타났다. 이미 고대국가에서부터 각 국가는 왕들의 하루 일과를 기록하였다가 왕이 죽은 이를 정리하여 보관하였고, 국가가 망하면 다음 국가가 이전 국가에 대한 역사를 정리하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성찰하고 반성하여 더 나은 역사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개인의 일기도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하여 앞으로 정진하는 모습의 하나였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중 한국 최초로 개인이 쓴 일기는 고려시대 이규보(1168-1241)가 『남행일월록(南行日月錄)』을 남겼는데 전주에 부임하여 1년4개월 동안 쓴 일기를 1201년 3월 정리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전라도관찰사 서유구가 1833년 4월부터 전주에서 1년 8개월간 근무하면서 쓴 『완영일록(完營日錄)』이 있다. 이 일기의 번역본이 지난 3월에 출간되었다. 이는 행정활동을 기록한 것이여 자아성찰보다는 행정일지에 가까운 내용이다.

 조선시대의 일기는 많은 자아성찰을 담고 있다. 자아성찰과 자신의 감성을 잘 드러내는 일기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가 가장 대표적이다. 인격을 수양하고 반성하는 것이 유교의 덕목이기 때문에 이 일기에도 이러한 모습이 잘 나타난다. 동아시아에서 일찍부터 내면적 성찰을 많이 하였다는 것은 개인에 대한 자아인식이 크게 발전하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는 서구의 개인주의와는 다르다. 동아시아에서는 개인을 가족, 조상, 또는 국가의 일원으로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기 때문이다. 즉, 집단의 구성원인 개인이고, 개인성찰을 통해 집단도 같이 좋아진다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다. 왕도 스스로를 성찰하는 일기를 별도로 썼는데, 영조의 『어제자성록(御製自省錄)』가 대표적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는 자신이 사신단의 일원으로 북경을 다녀온 여행일기인데 매우 상세하게 하루하루 기록하고 있어 당대의 생활상뿐만 온갖 문제를 헤쳐가면 북경으로 오간 내용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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