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 문화개선! 모두가 함께해야
병문안 문화개선! 모두가 함께해야
  • 최두영
  • 승인 2017.06.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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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메르스 사태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감염관리 실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초유의 사태였다. 감염 관리가 의료기관들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정부의 초동 대처 실패와 다인실로 대변되는 병실 환경, 누구나 출입할 수 있었던 병문안 문화가 어우러져 심각해진 메르스 사태는 감염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의 요구가 대두 된 시발점이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에서는 2018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안에 감염관리 부문을 신설하고 병문안 문화 개선 체계를 삽입하게 됐다.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의 병문안 문화 개선 체계에 병문안객 통제 시설과 스크린도어 설치, 보안 인력 배치 등 3개 항목의 평가기준에 각 1점의 가점을 부여하고 가점 측정을 위한 별도의 평가팀을 구성한 것이다. 

 이 기준안에 따른 기본 원칙은 *병문안이 환자 치료에 바람직하지 않아 병문안 개선 및 지속적인 홍보를 추진하고 *병문안이 환자 치료에 장애가 되고 환자와 병문안객 상호간에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 병문안 자체를 자제시키고 병문안객 총량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료, 회진, 교대시간, 환자 식사 시간 등을 피해 일일 병문안 허용 시간대를 설정하고, 국민이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같은 시간에만 병문안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공통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기준안에 따라 마련된 일일 병문안 허용 시간대는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평일 오후 6시에서 8시, 주말*공휴일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오후 6시에서 8시까지로 정해졌다. 

 원광대학교병원은 지난 2016년 9월부터 병문안 문화 개선 활동을 적극 시행해 왔다. 병문안 문화 개선 활동 내용을 공지하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편 각종 홍보물 배포와, 지정 인력을 투입 매일 오전, 환자와 보호자들을 직접 대면해 설명을 하는 등 병문안 문화 개선 활동에 박차를 가해 왔다. 

 병문안 문화 개선 활동 계도 기간을 끝낸 올해 3월부터는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한 더욱 강력한 개선 활동에 돌입했다. 환자 병동을 출입할 수 있는 전 병동 엘리베이터 앞에 보안 인력을 배치해 병문안 문화 개선 내용 설명과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병실에는 명찰을 패용한 보호자 1인에 한하여 출입을 허용하고 면회도 보호자 휴게실과 1층 로비로 제한했다. 또한 그동안 계도에 그쳤던 외부 물품 즉 꽃, 화분, 외부 음식물, 애완동물 반입도 완벽하게 통제한 것이다. 

 그러나 원광대학교병원처럼 병문안 문화 개선에 나선 의료기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통제시설, 슬라이딩 도어 설치나 보안 인력 배치 등에 추가로 들어가는 예산들이 만만치가 않다. 더구나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환자 경험평가가 오롯이 환자 의중에 따라 의료기관의 평가가 달라지는 중요한 시점에서 의료기관들은 이미지 손상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아직도 병문안이 인지상정으로 여겨지는 지방에서는 더욱 심한 현상이다. 아직도 많은 보호자와 고객들은 절실하게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병문안 문화 개선 활동의 모든 어려운 상황들은 오직 의료기관의 몫이기 때문이다. 

 병문안 문화 개선이 이른 시일 안에 온전하게 자리 잡으려면 정부와 관계기관, 의료기관의 삼위일체가 절실하다. 우선은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시행 의지가 중요하지만, 정부와 관계기관들도 손발을 맞춰야 할 것이다. 각 관공서 및 보건소의 홍보 활동과 안내물 배치를 비롯한 긴급재난 문자처럼 휴대기기를 이용한 꾸준한 안내 활동이나 언론과 방송을 이용한 대국민 홍보를 펼치는 것도 효과적일 듯싶다. 특히 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병문안 문화 개선 방송 캠페인은 짧은 시간 안에 국민 인식을 자리 잡게 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병문안 문화 개선은 감염 관리의 중요한 관문이다.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의료기관들의 노력, 정부와 관계기관의 의지가 합일되어야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교훈을 바로 얻지 못하면 훗날 고친 외양간까지 무너질지 모를 일이다.

 최두영<원광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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