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문화, 학교가 시발점
선거문화, 학교가 시발점
  • 국방호
  • 승인 2017.06.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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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표 밀어주시면 최선을 다하여 봉사하겠습니다.” 대선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왠 선거얘기인가? 학생회장선거로 교내가 지난 한 주 내내 뜨거웠다. 세 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월요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금요일에 투표를 실시하였다.

  부회장과 참모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읍소하면서 표를 부탁했다. 피켓에 센스가 묻어났다. “진정한 나를 만들자”라는 의미의 ‘진짜나로’를 ‘진로’로 표현하고 ‘하나’가 되자는 의미로 ‘The One’을 표기하기도 했다. 다른 구호에는 “학생처벌에 학생이 참여하는 참여재판으로!” “규칙 준수를 위한 학교폴리스 확대” “축제의 내실화” 등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에서부터 농구장 주변 분리수거통 설치 등 작은 공약까지 제시되었다.

  회장과 부회장 후보들이 찾아와 공약의 개연성에 대해 물었다. “ 몇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도 휴대폰 소지가 가능하다는데요. 공약으로 걸어도 될까요?” ‘학생회장 선거를 위한 계획서’는 학생회 구성과 공약의 제안 배경, 실천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었고 현실적으로 적용이 가능한지도 물었다. 가슴 찡한 공약도 보인다. “체벌 받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교내를 산책하는 규정을 만들겠다.”

  한 달 전에 출마를 결심하고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학생들의 여론을 청취하여 공약을 선정하였다. 공약집에는 이미 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시정과 새로운 정책들도 보였다. 선배 전문가를 초청한 진로박람회나 멘토링을 좀 더 세분화하고 예산이 투입되는 책걸상 교체도 있었는데 선거 전에 세 후보가 만나 “상대에 대한 비방은 하지 않는다. 처음에 제시한 공약을 바꾸지 않는다” 고 합의했단다.

  “건의함을 설치한다고 하셨는데 만약 의견이 대립되면 어떻게 처리할 것입니까?” 목요일 창체시간에 개최된 TV토론 장면이다. 주제에 대해 한 후보가 발표하면 다른 후보가 실천방안과 문제점에 대해 묻는다. 방송실에서 진행하면서 전 교실에 중계되었는데 대선토론과 흡사하다. 다소 특이한 발상도 눈에 띈다. “수업시간에 졸리는 학생을 위해서 수면프로젝트로 비타민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만약에 졸리지 않아도 먹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후보별 참관인이 감독하는 가운데 금요일 하루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투표가 진행되었다. 투표하고 나오는 학생에게 소감을 물었다. “저는 말 잘하는 학생을 찍었어요.” “저는 말보다는 진실하게 보이는 학생을 찍었어요.” “그래도 후보라면 공부도 좀 해야 하지 않아요?” 신분확인용 지문을 찍고 일부학생이 벽에다 지워 습성휴지가 급히 투입되기도 했다.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가 학교발전을 가름합니다. 투표마감시간이 다가옵니다.” 투표를 종용하는 방송도 들린다.

  “투표율 88%, 기호1번 59%, 2번 12%, 3번 26%” 오후 5시가 넘어 방송을 통해 발표되었다. 어느 교실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당선자를 만났다. “선거기간 애로사항이 많았지?” “그래도 학창시절에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도전했고 진정성을 갖고 해볼래요. 증축된 학생회의실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떨어진 후보들을 만나서 위로하고 대신해 최선을 다할 것도 다짐했다고... 낙선한 후보들도 만났다. “3학년을 공략하지 않은 것이 패인이에요. 이제 공부나 열심히 해야죠. 그렇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공약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현하고 싶다는 당선소감이 야무지다. “저희는 감투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저희가 맡는 동안 학교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길 바라고 적은 내면에 있다고 생각해요.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가지면 안 돼요. 친구들과 강한 의식을 갖도록 노력하겠어요.” 그래, 자치회의실을 잘 꾸며주어 새로운 학생회 문화발전의 전형으로 만들도록 해야지. 민주주의 싹이니까. “애들은 맡겨주면 잘한다니까요!” 교감의 말이 귀전에 맴돈다.

 국방호(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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