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가온누리 ㅂ·ㄺ지’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가온누리 ㅂ·ㄺ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6.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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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백제의 유물로 가득한 평온한 박물관에 서 있는 한 학자가 보인다. 그의 눈에 들어온 7개의 칼날로 이뤄진 칠지도. 평소에도 늘 봐왔던 익숙한 유물인데,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바로 그 때, 시간의 문이 열리더니 찬란했던 백제 대제국으로 모두가 빨려 들어가게 되면서 공연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해상강국 백제의 위상과 백제인들이 꽃피운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창작무용 대서사극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전라북도립국악원(원장 신동원) 무용단(단장 김수현)이 제26회 정기공연으로 선보이는 ‘가온누리 ㅂ·ㄺ지’가 그 것. 공연은 30일 저녁 7시 30분과 7월 1일 오후 5시 총 2회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 올려진다.

이번 작품은 김수현 단장이 임기 4년을 마무리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로 연초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승자의 편에서 기록되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늘 소외당했던 백제의 그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아내는 창작극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인 ‘가온누리’는 중심, ‘ㅂ·ㄺ지’는 땅이라는 순우리말이다.

한국사의 중심이었으나 잠들어 있던 백제를 깨우고, 더 나아가 그 터전인 전라북도가 새만금을 중심으로 백제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소망하는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김 단장을 중심으로 단원들은 백제의 역사적 기록과 토속신앙, 설화까지도 꼼꼼하게 분석해 뼈대를 잡았다. 백제에 대한 자료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쉽지 않은 도전이었으나 무용가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살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대본과 협력안무가로 김윤수 전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의기투합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학자이자 고대 백제 왕의 역할로 분하는 오대원 단원은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며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칠산바다를 호령하고 관장하는 토착신 계양할미 역을 맡은 박현희 단원과 백제와 고구려를 세운 소서노 역의 임주희 단원은 작품의 서사적 구조를 유지해주는 역할로 배치했다.

 여기에, 백제의 위엄과 멋을 보여주는‘금동대향로’와‘칠지도’를 영상과 소품으로 재현해 사실감을 높이는 방향을 잡았다. 의상에서는 백제의 느낌이 나도록 색감과 형태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투영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현대적 무대기술 기법 또한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탈막과 흡입막을 활용한 빠른 장면전환, 레이저와 조명의 강렬한 색채, 영상으로 시각적인 효과가 극대화대 환상적인 무대연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무용가는 몸짓으로 말한다. 백제의 기상을 표현한 남성성을 띈 역동적인 안무는 경이롭게 느껴지 터. 향토춤을 바탕으로 추론한 창작춤은 화려하며 절제된 안무가 돋보이며, 활기찬 백제인의 생활상과 혼까지도 담아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제, 그 이름을 아로새길 그 날이 온다.

 김수현 단장은 “등장인물들은 서로 역사적이나 시대적으로 특정한 연계가 없는 창작스토리로 서해안의 해상루트 확보로 발전한 백제, 그 서해를 다스리던 전설적 인물인 개양할미를 차용해와 작품 안에 안치시켰다”면서 “중요한 것은 화려하게 빛났던 백제의 역사적 사실이 있었고, 그 사실에 입체적인 작업을 더하고 싶은 무용단의 의지였다”고 말했다.  

 신동원 원장은 “백제의 섬세하고도 위대한 문화가 백제의 왕도, 전라북도에서 재탄생하게 됐다”면서 “문화 해상강국 백제의 후손으로서 천년을 이어온 백제의 위상과 위대한 역사를 되새기고, 백제의 땅 전라북도에서 새로운 백제의 비상을 꿈꾸는 뜻깊은 자리가 되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전북도립국악원은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홈페이지 (www.kukakwon.jb.go.kr)를 통한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예약을 하지 못한 관객을 위해 공연 당일 1시간 30분 전부터 현장 좌석권을 선착순 무료 배포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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