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과 민심의 바다 그리고 대연정
인사청문과 민심의 바다 그리고 대연정
  • 김종회
  • 승인 2017.06.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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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심을 따르겠다고 한다. 법제도가 보장한 길을 애써 외면한 채, 여론의 집단성을 믿고 가겠다고 한다. 법제도의 준엄함을 허투루 보았다가 몰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벌써 잊어버린 것 같아서 내심 걱정이 된다. 깊고 너른 민심의 바다가 갖는 평온의 항상성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권력을 손에 쥐기 전에 보았던 세상과 손아귀에 넣은 후에 보이는 세상이 다르지 않을 것인데, 마치 다른 것처럼 인식체계를 뒤엎어버린 결과를 보는데서 오는 걱정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는 법원칙을 매우 자의적으로 인식하고, 대국민약속을 선거 전략으로만 보는 데서 오는 자명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인사청문정국을 되짚어보자니 스타일정치와 협치를 동일체로 인식하는 혼돈 속으로 정치를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이렇다면 협치는 고사하고 매우 소극적인 정치행태만 남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행태에서 어떻게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겠는가? 협치가 맺어줄 책임정치로 가는 길이 참으로 멀게 느껴진다.

 인사청문회법에 근거해서 국회에서는 국무위원 등에 대한 각종 인사청문이 실시되고 있다. 구속력이 있는 임명동의안의 형태로 혹은 상임위원회별 국무위원에 대한 기속력이 없는 형태로 실시되고 있는 인사청문이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국무총리나 헌법재판소장 같은 경우는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임명하는데 반하여, 각 중앙부처 장관인 국무위원에 대하여는 적격이냐 부적격이냐 등을 가리지 않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채택으로 임명이 가능하다. 부적격이란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어도 일정 기간의 경과만으로 임명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게 현재의 인사청문회법이다. 심지어 현행 인사청문회법에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채택여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청문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한 김상조 후보자를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인사청문회법의 입법취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은 물론 법의 구멍을 활용한데서 오는 편협한 법인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비록 명확한 법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을 왜 실시하게 되었지?”라고 하는 의문에 대한 대답만으로도 최소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만은 채택되어야 한다. 이 점을 분명히 하는 게 인사청문제도의 도입취지이고 입법취지의 바른 이해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면서까지 인사청문을 왜 실시하겠는가? 인사청문무용론마저 대두되는 작금의 얼음정국의 해법을 인사청문회법의 입법취지에서 찾는다면 인사청문무용론은 더 이상 고개를 내밀지 못할 것이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정국은 꽁꽁 얼어붙기 일보직전이다. 그렇다고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급랭일보직전인 정국을 녹일 생각인들 하겠는가? 오죽하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임명식이 열린 날 끼리끼리 어울려 희희낙락대며 사진 찍는 몰골을 보인 몇몇 수석들에게 정치인 전병헌 정무수석이 지금 그럴 때냐고 화를 냈다고 하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59%의 국민을 돌아볼 때이지 스타일정치로 그들만의 시계를 돌리고 있어서는 아니 된다.

 분명 이는 잘못되었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협치를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59%의 야권이 반발하는 것을 관성적인 반대로 치부해서는 아니 된다. 협치를 최우선과제인양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욱 그래서는 아니 된다. 유럽국가들 특히 독일의 대연정을 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애써 외면하는가? 독일 기민당·기사당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이 오직 국민을 최우선에 두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우리 정치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조차도 모르고 외면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특히 집권여당에서 협치를 주창했던 정치인이 독일대연정의 근본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면 이는 분명코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 아니다.

 독일대연정의 가치는 국민편에 선 공동정부에 있다. 집권과 정국안정을 위한 소연정에서 시작된 독일정치의 협치는 이제 오직 국민만을 위한 제1야당과의 대연정으로 협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즉 집권여당인 기민기사연합이 제1야당인 사민당에 부수상과 주요장관자리를 내놓는데서 정부와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을 함께 지는 공동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협치는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행동들로부터 진정한 협치를 위한 통치권력의 진심을 느끼지 않고 그 무엇을 느낀단 말인가?

 우선 59%의 야당과 권력을 나누고, 집권여당만의 공적 자원을 나누고, 협력의 명분으로써 탕평으로 인사를 나누고, 더 나아가 민생을 위해 정책과 법안을 공유해야 한다. 협치는 집권여당이 스스로 힘을 나누고 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여론만을 보고 가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국회의원 김종회(국민의당, 김제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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