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단오 놀자!
얼쑤! 단오 놀자!
  • 진영란
  • 승인 2017.06.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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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장승학교 110명(유치원 포함)의 꼬마농부들은 봄 내내 400평의 논에 손수 모내기를 하고, 텃밭에 각자 기르고 싶은 작물을 심고 가꾸며 ‘일하기’와 ‘겪기’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 우리 1학년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농사의 흐름과 주기에 맞게 교육과정을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봄에는 냉이를 캐서 냉잇국을 끓여먹고, 쑥을 캐서 쑥떡을 해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봄 공부의 마무리로 ‘삼짇날’(음력 3월 3일)엔 봄 내내 공부한 봄꽃을 따서 화전을 만들어 먹었다. 다른 곳보다 20일 정도 늦게 찾아온 진달래꽃 덕분에 며칠 늦어지긴 했지만, 민들레, 제비꽃, 진달래 꽃잎이 알록달록 아름다운 봄 전체를 먹은 품은 느낌이었다. 뜨거울 법도 하건만 찹쌀반죽에 꽃잎을 얹고 뒤집는 솜씨가 정성스럽다.

 못자리 틔우고, 텃밭에 모종 심고, 모내기로 이어지는 봄농사는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이 때 찾아온 명절이 ‘단오’(음력 5월 5일)다. 두 마지기 논에 손모로 심은 모가 뿌리를 잡아 일어서고 텃밭의 작물들이 땅맛을 알아갈 때 장승학교에서는 잔치 마당이 벌어졌다.

 우리 할머니할아버지가 청년일 적에 단오는 제일가는 동네잔치였다. 동네마다 동아줄을 꼬와 그네도 만들고, 보릿고개에 십시일반 쌀을 모아 수리취떡도 나누어 먹고, 창포물에 머리도 감고, 동네청년 모두 나와 힘을 겨루는 씨름판도 벌였다는데 우리 세대는 단오가 생소하기만 하다. 사라져가는 옛 전통도 되살리고, 농사짓는 농부에게 가장 큰 명절인 단오의 참 뜻을 배워보고자 도서관 문화행사로 ‘얼쑤! 단오 놀자!’를 진행하였다. 이 주간에 ‘장명루 만들기’, ‘단오부채 만들기’ ,‘수리취떡 먹기’ , ‘화채 만들어 먹기’, ‘창포물에 머리 감기’등의 다채로운 잔치가 벌어졌다.

 단오 주간의 백미는 많은 학생이 참가한 ‘장승배 씨름대회’였다. 여는 마당으로 유치원 동생들의 씨름판이 벌어졌다. 이어서 50여명의 학생이 학년과 성별에 관계없이 ‘용마봉’과 ‘세동천’ 팀으로 나누어 씨름대회에 참가하였다. 각 팀의 선수가 질 때까지 씨름을 계속하는 ‘지워나기기’ 방식으로 진행하였는데 2학년 학생이 상대팀의 3학년 전체를 이겨 주변을 놀라게 했다. 유치원 모래밭은 응원오신 학부모님들께서 만드신 화채와, 쑥떡, 서로의 팀을 응원하는 소리로 넘쳐났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가 흥겹게 단오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단오 주간은 유치원부터 전학년 학생들, 교직원과 학부모가 한 마음이 되어 우리 문화를 즐기고 뭔지 모를 끈끈함을 느낀 뜻 깊은 행사였다. “옛날에 단오날엔 이 큰 나무에 그네도 메고, 음식도 나눠먹고, 씨름판도 벌어졌는디 요즘은 썰렁혀!”라고 푸념하시며 눈가가 촉촉해지시는 동네 어르신들께도 신명나는 잔치 마당을 함께 즐기실 수 있도록 판을 키워보고 싶다. 내년에는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한바탕 신나게 놀았으니 이제 꼬마 농부들은 손모로 심은 논에 나가 모도 때우고, 여름 내내 피사리도 열심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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