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곳, 만경강
도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곳, 만경강
  • 익산=김현주 기자
  • 승인 2017.06.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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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은 단순한 강이 아닌 도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이 담겨 있는 유서 깊은 강이다. 만경강은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 밤샘에서 발원해 상류에서 전주천과 고산천이 합류되고 하류로는 익산시와 김제시의 경계를 이루며 서해로 유유히 흐르고 있다. 사진=김현주 기자
 만경강(萬頃江)은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에 위치한 밤티마을 밤샘에서 발원해 상류에서 전주천과 고산천이 합류되고 하류로는 익산시와 김제시의 경계를 이루며 서해(西海)로 유유히 흐른다.

 만경(萬頃)은 만(萬)이랑이나 되는 밭을 이르는 말로 그 많은 밭에 흐르는 강물이야말로 이 땅의 온갖 생물을 기르는 젖줄이요, 근원이라는 것이 이 지역에 대대로 살던 사람들의 생각이자 만경강의 정신이다.

 만경강을 이루는 춘포의 물줄기는 굽이굽이 휘어져 길을 재촉하는 철새와 함께 흐른다.

 무성하게 자란 누런 억새길을 따라 진한 노을빛에 물든 강물이 어둠과 함께 군산바다에서 생을 마무리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금수강산 돌멩이 하나마다 다 사연들이 있지만 유난히 만경강의 잿빛 물그림자에는 노총각 사공의 애절한 옛이야기와 일제 강점기 미곡선들의 아픈 역사가 물들어 있다.

 강이 흐르면서 만든 드넓은 평야와 비옥한 대지의 풍경은 지난 추억들을 아련히 생각나게 한다.

 # 추억과 애환이 가득한 그곳, 목천포와 만경교

 목천포는 옛 옥야현에 속해 남쪽에 위치한 내(川)라 하여 ‘남의 내’라 하였는데 ‘나무내’로 발음되며 남쪽의 ‘남’이 ‘나무’로 인식되면서 “목천(木川)”이 되었고 배가 드나드는 포구여서 “목천포(木川浦)”라 불리었다.

 차를 타고 익산 목천동에서 김제 백구면 쪽으로 넘어가다 보면 현 만경교와 대비되는 구 만경교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우리지역의 곡물 수탈을 위해 1928년 2월에 준공한 만경교는 일명 ‘목천포 다리’로 불리며 1990년까지 무려 62년간 익산과 김제를 잇는 중요한 길목으로서 사람들과 물자의 이동이 끊임없던 곳이었다.

 익산과 김제를 넘어서 전주와 군산까지도 접근성을 높여준 이 다리가 전국 최초의 포장도로였다니 어쩌면 큰 명예를 지닌 것 같지만 이는 1920년부터 일제에 의해 실시된 산미증식계획이 본격화됨에 따라 우리지역에 나는 수많은 농산물들을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군산항까지 실어 나르던 비운의 다리이기도 하다.

 만경교는 이러한 수탈의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기나긴 시간동안 우리지역 주민들의 교류의 장이자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이다.

 이 지역 출신인 윤홍길 작가의 소설 ‘기억속의 들꽃’의 배경이 되었고, 마을 축제의 장이었으며, 물장구치며 물고기를 잡던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1990년 옛 만경교 옆 새로운 만경교가 놓이면서 그 쓰임은 동네 주민들에게만 간간히 이용되어 왔었는데 2015년 6월 세월의 흔적을 속이지 못하고 노후와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인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전면 철거를 하지는 않고 다리 양쪽 끝부분을 만경교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추억을 남겨주고자 깔끔하고 새로운 작은 공원의 모습으로 변모하여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생태공원과 만경 문화관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현재 만경강 둑길은 익산국토관리청 주관으로 안전하고 아름다운 강을 만들고 새만금으로 이어지는 강물의 수질개선을 목적으로 만경강 국가하천 54km 구간에 대한 친환경 하천 복원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춘포, 마산, 반월, 목천, 신지지구 등 5개 구역에서 실시되는 하천 정비사업은 물의 흐름을 원활히 해 수질과 어류를 살리고 특히, 춘포지구 생태하천에는 봄개학습마당, 춘포이야기마당, 달팽이, 참살이 마당이, 꽃둠벙이 생태학습장 등이 조성된다. 또한 물길쉼터, 우물쉼터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자전거도로가 마련되어 각종 레저와 문화공간으로 사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을 통해 만경강 주변은 여름철 집중호우 시 상습적인 농경지 침수에 따른 재해 피해 방지는 물론 문화와 생태가 살아 숨 쉬는 명품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태어나게 된다.

 생태환경 조성과 함께 옛 만경교 인근에 만경강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만경문화관 건립이 추진된다.

 지난 4월 7일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익산시, 김제시는 만경문화관 건립을 위해 협정을 체결했다.

 ‘만경문화관’은 익산시와 김제시의 경계지점인 옛 만경교 인근에 총 10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다.

 만경문화관은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들이 만경강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물과 관련된 재난(태풍·홍수 등)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조성한다.

 외부공간에는 피크닉, 소규모 공원, 옥외전시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한 다목적 광장과 자전거 쉼터가 들어서 만경강의 바람을 만끽하고자 찾는 이들의 휴식처이자 지역 축제의 장으로도 폭넓게 활용된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만경문화관 건립과 한창 진행 중인 생태환경 조성사업 등 아직도 많은 구간이 공사 중에 있지만 봄철 나른한 오후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또한, 둑길을 따라 조성된 벚꽃들의 향연은 봄철 익산 명소로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앞으로 이 사업들이 마무리되면 역사와 휴식이 함께하는 문화 공간,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만경강’ 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60년 동안 만경강 인근 목천동에서 생활해 온 강찬근(60 전문건설업)씨는 “만경강은 단순한 강이 아닙니다. 익산시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이 담겨 있는 유서 깊은 강이다”며 “생태공원과 만경문화관이 건립되면 만경강이 새롭게 변신하게 될 것이다”고 확신했다.

글·사진 익산=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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