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와 꼬락서니들
청문회와 꼬락서니들
  • 안 도
  • 승인 2017.06.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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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며칠 동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그런데 그동안 국민들은 청문회 때마다 매번 지속하는 단골 메뉴에 식상해 별 관심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새 정부 대통령의 공약 때문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폐단으로 얼룩진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하는 기준으로 첫째 위장 전입을 꼽았다. 위장 전입으로 재산상의 이득이나 불법한 행위를 취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병역 기피를 들었다. 고의적으로 혹은 위계에 의하여 병역을 기피 하고 면탈하는 자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가 부동산 투기다. 다운계약서 등을 활용하여 부동산을 획득하고 되팔아 크나큰 이득을 보는 사람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네 번째가 논문 표절이다. 실력도 없으면서 고의적으로 남의 논문을 베껴 불로소득(不勞所得)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의지다. 다섯 번째가 이중 국적인데 외국국적을 취득하여 병역을 면탈하거나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막상 청문회 뚜껑을 열어보니 명의신탁,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이중게재 및 표절, 세금 체납,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다. 다시 그 밥상에 그 반찬이다. 기대에 차있던 국민들은 또다시 속았다는 기분으로 허탈하다.

  거기다가 이번에는 여야가 바뀌니 공수(攻守)도 바뀌어 정책질의는 뒷전으로 가고 신상 털기에 바쁘다. 여당은 자기들이 야당시절 몰아붙였던 과거의 행적을 미화하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물 만난 듯이 앙갚음에 혈안이 되어 즐기고 있으니 이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꼬락서니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쇄신되려면 대통령 하나 바뀌어서는 부족하고 기존의 정치인들을 깡그리 바꿔야 한다는 논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치가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양의 탈을 쓴 늑대보다 더 위험하고 무서운 건 바로 자신이 양인 줄 착각하는 늑대라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으랴?”라는 말이 있다. 자기도 먼지 나면서 혼자 잘난척한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일이다.

  나는 정치든 뭐든 극이라는 단어가 싫다. 더구나 극좌니 극우니 하는 말은 더 싫다. 오랜 세월 그런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온 터라 아무리 명분과 설득력이 있다고 해도 극단이 세상에 가져다주는 미덕은 없었다. 처지가 바뀌었기 때문에 여태까지의 긍정이 이제는 부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잘못되었다.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야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인데 마치 사지가 묶인 사람들 같다.

  틀에 박힌 아전인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양의 탈을 쓴 늑대임이 분명하다. 요즘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 청문 당사자를 향해 칼날 검증이니 송곳 검증이니 하며 마치 후보자에게 큰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벼르지만, 막상 청문회 당일에는 핵심을 비켜간 채 소리만 요란할 뿐, 청문 당사자 의혹에 대한 명확한 증거제시도 없고 후보자가 당황할 만큼의 수준 높은 질문도 없다. 설령 말처럼 송곳 같은 검증으로 후보자의 어느 한 부분 의혹을 벗겨 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머리를 끄덕일 때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말대로 수많은 의혹만 안개처럼 퍼트렸다가 아무런 실체도 없이 당사자에 대한 겁주기나 공허한 말만 난무하는 실속 없는 청문회를 이제부터는 보기 싫다. 요즘 국민의 의식 수준은 청문위원의 생각을 앞선 지 이미 오래다. 중요한 것은 그들만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야가 편 가르기를 하듯 청문회장에서 오가는 말을 보면 같은 일을 두고도 각 당의 처지와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이 어쩌면 저리도 다를까 싶다. 중요한 것은 국민은 그것이 어떤 의도인지, 무엇 때문인지, 빤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설령 지명을 받은 후보자일지라도 자신의 분수를 알고, 흠을 알아 스스로 흙탕물 속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지혜로서 뒤에서 국가를 위해 재능을 기부하고 헌신할 수 있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자리에 대한 탐욕을 뿌리치지 못하고 항상 뒷북치는 지도자, 잘못된 결정을 하고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따라가는 지도자가 많은 사회는 앞날이 어둡다.

 안도<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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