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성숙
업의 성숙
  • 임보경
  • 승인 2017.06.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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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들 중에서 4~50대 여성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건망증이다. TV의 리모컨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두리번거림이라든지 차를 운전하면서 가야할 목적지를 망각한 채 나 자신이 왜 도로위를 달리고 있는지를 묻는 등 웃음 폭발의 연속이 늘 우리 생활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노화의 원인도 있겠지만 바쁜 현대사회인에게는 현대와 발맞추어 살아가기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고 복잡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건망증 속에 인과응보의 연을 찾아본다. 이마트에서 한 여성이 화장지꾸러미를 계산대에 올려놓고 성실하게 계산을 치르고 나온다. 차에 타기까지 아주 즐거운 표정이었다. 한참 후 차에 탄 이 여성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계산대를 향해 간다. 가는 동안 이 여성은 한참을 망설였다 한다. 왜냐하면 전주시민이 이리도 붐비는 주말에 놓고 온 화장지 꾸러미가 그 자리에 놓여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누군가 그 물건을 가져갔겠지라는 어두운 생각에 잠겼기 때문이다. 이마트를 다시 들어간 여성은 활짝 웃음을 짓고 걸어나온다. 한 손에는 화장지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그 여성의 본성은 본래 선하여 삼생을 거쳐오는 동안 선한 일들을 베풀었기에 그녀의 물건에도 선함이라 새겨져 있어 누구도 그 물건을 탐내지 않는다 한다. 이런 것을 인과응보의 업의 성숙이라고 한다. 업의 성숙이 아주 작은 일들이 모여 현생에 크고 작으므로 발현된다고 한다. 업 성숙의 발현은 부탄이라는 나라에서도 볼 수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히말라야산맥자락 아래에 자리한 부탄은 인도의 위쪽에 위치한다. 세계여행을 하고픈 나라가 흔히들 북부유럽의 선진국의 복지국가를 희망하지만 부탄은 세계에서 최상위권의 행복한 나라로 숲이 많고 외국인이 가장 적은 나라로 유명하다. 그러기에 일본인들이 가장 살고싶어하는 나라 중에 부탄이 손꼽힌다고 한다. 그러한 유명세를 타게 된 이유는 그동안의 정치제도였다. 외국인들이 1일 체류하는 비용은 250달러로 지정이 되어있다. 체류비에는 숙박비부터 생수비용까지 다 포함이 되어있지만 그 비용 중에 정부가 47%를 입금받게 되는데 그 비용 일체가 국민의 복지에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어느 당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교육과 의료 등의 복지에 다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1970년대의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에 주력한 나머지 환경이나 국민의 복지는 무시한 채 전태일의 분신사건을 초래하게 된 아픈 역사가 있다. 하지만 부탄은 경제성장보다 국민의 행복을 우선으로 목표를 두었기에 국민의 복지와 자연보호를 함에 제도화하여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실천하고 있기에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부탄 국민의 행복감은 업의 성숙으로 발현됨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 모습은 선진국 유럽의 행복지수와는 다르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감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보인다. 부탄은 1907년 우겐왕축이 즉위한 이래 세습군주제가 실시되었고 그 후 1910년 영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1947년 인도의 독립과 함께 부탄도 영국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웠고 1972년 황태자인 지미 싱게왕축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2008년 절대군주제가 막을 내리고 총선과 함께 입헌군주제를 시행하면서 부탄의 제도와 정치인의 노력은 아픈 역사만큼 최선을 다하게 되었던 것이다. 국민 또한 이를 질서있게 따르는 국민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한 인간의 인격체도 인과응보의 결과로 본다. 조선후기 실학자이신 이덕무의 사소설 중에서 인용해보면 “ 아이마다 타고난 자질과 기품이 다르므로 엄하게 단속하면 타고난 기백이 약한 아이는 지레 겁먹게 되고 반대로 기백이 강한 아이는 분한 마음이 가슴 가득 쌓여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고 한다. 또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풀어주기만 하면 품은 뜻이 낮고 보잘것없는 아이는 게으름과 태만에 빠지고 반대로 품은 뜻이 높고 강한 아이는 아무 거리낌없이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그의 환경과 부모의 교육방식을 들여다볼 수가 있다. 그 부모의 교육관이나 가치관이 어떠했나에 따라 그 아이의 인격체는 어른이 되어서 그 부모의 삶을 거울처럼 내보여준다.

 이 또한 인과응보의 결과물로 업이 성숙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가 있겠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유구한 역사를 지켜왔다고 한다. 기록이 없던 시대는 자연을 섬기며 이 땅을 지켜왔고 기록이 있던 시기는 전쟁과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일관성 있게 나라를 수호해왔다. 그 마을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온 당상나무가 그 마을의 역사를 다 알고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행복감이 최하위라도 그분들의 노력을 정치와 제도의 욕심 때문에 촛불을 들고 마지막 목소리를 내뿜으며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우리의 행복을 요구해왔다. 국민의 의식도 아름답게 성숙이 되어감도 업의 성숙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정치의 모습으로 정착하길 그래서 국민의 복지와 행복이 있는 국가로 자리하기를 바란다.

 임보경<역사문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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