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 지원, 재개의 길 모색해야
대북 쌀 지원, 재개의 길 모색해야
  • 조배숙
  • 승인 2017.06.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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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 공동선언이 있은지 17주년을 맞고 있다. 17년 전 그날의 감동이 아직 생생하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의 상징사업인 개성공단은 폐쇄되었다.

 대북 쌀 지원도 7년째 중단된 상태다. 6·15 공동선언 17주년의 현재치고는 무색할 따름이다.

 얼마 전 전북 쌀이 사상 첫 해외원조 길에 올랐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김제 쌀 750톤을 무상 원조한다는 것이다. 넘쳐나는 국내산 쌀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오래전부터 논의해왔던 일이다.

 하지만 마냥 반길 수만 없는 노릇이다. 쌀 재고미의 사료화 물량도 대폭 확대했다는 소식이다. 애써 농사지은 쌀을 가축사료로 처분할 수 있느냐는 국민적 거부감도 있다.

 그러나 당장 남아도는 쌀 감축에 도움이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해외원조나 가축사료화 모두 씁쓸하기는 매한가지다. 쌀 농업은 전체 농업생산액의 16%를 차지하며 농가의 58%가 종사하는 주요 산업이다. 쌀 과잉재고는 반복되어온 일이다. 재배 면적은 줄어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늘었다.

 생산 감소보다 소비감소가 더 큰 이유다. 관세화 유예 대가로 도입됐던 의무수입물량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쌀 과잉재고는 필연적으로 쌀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쌀 재고량이 1% 증가하면 가격은 0.12%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80kg 기준 산지 쌀값은 5월 평균 12만7,333원으로 지난해보다 12%가량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현재 쌀 재고량은 정부양곡 재고 233만 톤과 민간 재고 118만 톤 등 역대 최고인 351만 톤에 달한다. 한 해 쌀농사를 건너뛰어도 수요를 충당할 만큼 재고량이 쌓여있는 셈이다.

 여기에 올해 수확량이 더해진다면 사상 최악의 쌀값 대폭락이라는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대북 쌀 지원 재개의 길을 모색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우리 안에 먼저 있다.

  

 잉여 쌀 대북지원 조속히 나서야

 국내산 쌀의 대북지원은 1995년 처음 시작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그동안 총 180만 5천 톤의 국내산 쌀이 북한에 지원되었다.

 대부분 차관형태였으며 무상 지원은 3차례에 그쳤다. 2000년대 들어 쌀 재고량이 크게 증가했지만 국내산 쌀의 대북지원이 증가하면서 쌀 재고량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지금까지 북한에 지원된 총 180만 5천 톤 중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대북지원 된 쌀이 130만 톤에 달한다. 시장에서의 쌀 가격 안정에 대북 쌀 지원 정책이 기여한 게 주지의 사실이다.

 쌀 해외원조와 사료화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쌀값 안정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로서 대북 쌀 지원 정책 말고는 다른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거니와 농민단체들의 일관된 요구이기도 하다.

 문제는 남북한의 정치적 관계에 따라 좌우된다는 게 가장 큰 난관이다.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남북경제 교류를 통한 쌀 재고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 점이다.

 남쪽의 쌀을 수출하고 북쪽의 광물을 저렴하게 도입하는 남북 경제교류 구상을 밝혔다.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라 평가한다.

  

 북한 수해 지원 외면 안타까워

 지난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을 앞두고 북한 함경도 지방에 큰 수해가 발생했다. 북한 당국은 수해로 138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실종되었으며 14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해방 후 처음 맞는 대재앙’이라고 발표했었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속성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수해 피해가 심각했다는 반증이다.

 당시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인도적 차원의 신속한 지원을 정부여당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필자 역시 본회의 대정부질의를 통해 “농민들의 피와 땀인 우리 쌀로 사경에 처한 북한 동포들을 돕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며 “우리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승적 자세로 대북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지금도 아쉬움이 무겁게 남아있다. 지난 9년 동안 보수정권 집권 시기의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남쪽의 쌀과 북한의 광물이 교류하며 상생하는 남북 경제교류의 길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바란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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