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간과한 것들에 대한 단상
우리가 간과한 것들에 대한 단상
  • 장상록
  • 승인 2017.06.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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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학시절 미제국주의에 대한 깊은 분노를 가졌다. 그 정도는 미국(美國)이나 미국(米國)이 아닌 미국(尾國)으로 부를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생각을 전환해보자. 만일 지금 미국의 자리에 중국이 자리한다면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중국이 과연 미국 정도의 리더쉽을 보여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현 세계의 패권국은 물리력이나 재화만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도덕적 기반과 극강의 힘을 절제할 수 있는 인내 그리고 소통과 공생의 철학 없이 오를 수도 유지할 수 도 없는 자리다. 과연 중국에게 그런 모습이 있는가.

  그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하나의 중국. 대만을 비롯해 신장 위구르와 티벳까지 예외가 없다. 동북공정을 비롯한 역사왜곡의 논리적 근거도 거기서 부터다. 또한 하나의 중국에 근거해 대만과 국교를 맺은 나라와는 단교하는 외교적 압박을 가한다. 거기에 더해 그들은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의 명시적 근거도 제시한다. 그 중 하나가 대만의 핵무장이다. 그런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가지는 논리는 참으로 편리하다. 먼저 그들은 두 개의 한국 정책을 명확히 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북한은 자신들의 방패막이가 돼 줄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자신들이 그토록 용납할 수 없다는 핵무장에 대해 한국에겐 막연하고 무책임한 자제를 촉구한다. 대만이 핵무장을 선언하면 바로 무력 침공하겠다는 그들이 한국에 대해선 참으로 편리한 논리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한국과 중국은 수교 과정에서부터 단추를 잘못 ?다. 얼마 전 중국에서 방영된 한 TV프로그램에서 6·25에 참전한 중공군(당시 기준) 노병이 서울을 방문해 아무렇지도 않게 ‘그 때는 여권도 필요 없이 서울에 왔다’며 무용담을 자랑했다. 그렇다. 중공은 한반도의 통일을 불법적 무력개입으로 좌절시킨 장본인이다. 그런 그들에게 사과 한 마디 받지 않은 것은 현 상황을 초래한 근본적 본류다. 또한 여타 국가와 달리 같은 분단 상황에서 우리만 ‘하나의 중국’을 수용한 것 역시 생각해볼 문제다.

‘성주에 대한 외과적 폭격’이나 단교 운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되돌아본다. 한국에게 중국이 ‘오천년 친구’라고? 독립문의 그 독립은 중국의 간섭과 억압으로 부터이다. 그런 중국이 오천년 친구라고. ‘소녀상’을 보고 일본에 대해 분노하는 것의 절반이라도 중국이 한국사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환향녀 논란이 위안부와 비교해 가볍다고 생각되는가. ‘중국이 아니면 한국은 살 수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의 한류차단, 무역 보복과 성주 폭격이 두려운가. 분노가 먼저다. 나 역시 ‘장가계’에 갈 생각이 없으며 중국산을 쓰고 싶지 않다. 또한 그들이 무력을 행사한다면 마땅히 주권국으로서 그에 걸맞게 대응해야한다.

  한국이 중국 없이 생존 할 수 없다는 사고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왔고 어떤 정당성을 가진 논리인가. 나는 예전 글에서 [아Q정전]에 등장하는 ‘정신승리법’을 비판한 적이 있다.분명히 해둘 것은 그것이 굴종과 억압의 수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구한말 보인 역사적 과오에 대한 비판일 뿐이란 사실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간과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구한말 이 땅의 변혁을 추구한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왜 친일(親日?)을 택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중국 때문이었다. 연나라 진개의 침공 이래 중국은 끊임없이 한국사를 질곡에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야한다면 그것은 선린우호가 아니다.

 독립문 자리에 또다시 영은문(迎恩門)이라도 세워야하는가.

 등소평의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했을 때 베트남은 프랑스와 미국을 패배시킨 것과 똑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교훈을 안겨줬다. 중국이 남중국해로 부르는 해역에 대해 패권을 주장하면서도 베트남에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이 베트남 보다 못한가.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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