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화(協和)의 민주시민 교육을 찬양제에서
협화(協和)의 민주시민 교육을 찬양제에서
  • 임희종
  • 승인 2017.06.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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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안하든 이미 선진국 산업계는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이제는 기존 지식을 학교라는 틀 안에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단계를 넘어서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지식을 찾고 새로운 영역을 추론해내고 개척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특히 ‘대학입시’라는 절체절명의 현실 앞에서 5지선다형 페러다임을 넘어서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을 수 없는 것이 교육이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을 기르는 일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등학생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는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인지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어렵고 힘든 일을 로봇이 대신해 준다면 우리 인간은 지성의 힘으로 자유롭고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삶을 살도록 해 주는 교육은 무엇일까?

  우리 학교는 작년부터 ‘기존 지식은 교과서에서, 새로운 지식은 독서와 신문을 통해서’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다양한 독서를 통해 자기 지식 체계를 확장하고, 독서토론 및 NIE를 활용한 토론 논술을 하면서 학생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진로를 찾아가는 일에 선생님들이 함께하고 있다. 친구들의 다른 생각은 나에게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고, 내가 읽어내지 못한 부분을 심화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고백이다. 통섭의 식탁을 학생 스스로 차릴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전통 가운데 하나는 생명이 약동하는 단오 즈음에 있는 봄 찬양제이다. 누구나 1년에 한 번씩 목소리를 가다듬고 무대에 서는 찬양제! 찬양제는 학교의 가장 신성한 축제이다. 3학년 때 준비한 찬양제 자유곡은 졸업 이후 반가로 남아 평생 부르기도 한다. 노래에 조금 조애가 있는 학생이 지휘자가 되고, 반주자가 있으면 그 학급은 우승의 반을 확보한 상태다. 1개월 반 정도 연습을 하지만 찬양 대곡을 외워 부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파트 연습을 하고 합창으로 맞춰보면 대부분 불협화음이다. 처음엔 목청껏 내지르기 연습부터 시작한다. 너무 큰소리는 줄이고 너무 작은 소리는 좀 키우면서 자신의 몫을 감당하게 되면 하모니가 점차 이뤄진다. 다른 친구들의 소리를 들으며 내 소리를 줄이는 일은 배려의 기쁨을 넘어 얼마나 아름다운가?

  다른 학급이 찬양을 할 때 경청하면서 친구들의 열창의 모습을 보고 힘차게 박수쳐주고, 상대의 단점을 자신을 교정하는 반면교사로 삼는 일은 스스로 배움의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번 찬양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미 무대에 올라 정돈하고 객석을 향해 지휘자가 인사를 하려 하는데 복장도 잘 갖추지 않은 학생 둘이 무대로 뛰어오른다. 담임교사는 얼굴이 빨개지며 어쩔 줄 모른다. 지휘자도 처음엔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습해가면서 지휘하였다. 그렇지만 그 두 학생은 지휘의 진지함과는 딴 판으로 화음도 틀리고 그러다보니 웃고 찬양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객석의 학생들이 그 두 학생을 염려하였다. 담임교사의 신상필벌의 엄중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다. 무대에서 내려온 두 아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타이르는 담임교사를 보면서 학생들은 물론 모든 교사들도 우~ 감동소리를 냈다.

  꼭 등수를 내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학년별로 1,2,3등에게 상장을 주고, 나머지는 4등이다. 지휘자상은 가장 지휘를 잘한 개인에게 주는 상으로 미래에 멋진 마에스트로를 꿈꾸게 하는 상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3개 학년 전체 점수를 집계하여 최고 점수를 차지한 학급에게 대상을 수여하고, 담임교사에게는 멋진 트로피도 제작하여 전달하였다.

  경덕왕이 충담사에게 ‘나라 잘 다스림’의 도를 물었을 때, 그는 ‘군다이 신다이 민다이’라고 답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각각 그 역할을 ‘답게’하라는 것이었다. 각 파트별 자신의 소리를 내어 하나의 합창을 만들어내는 찬양제 현장, 미래사회가 4차혁명의 시대라 하더라도 문명의 이기인 기계음을 활용하여 하모니를 이루며 협화(協和)를 이끌어가는 민주시민이 되게 하는 길이 보이는 듯하여 가슴이 푸근해진다.

임희종(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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