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 바꾸기
농업용수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 바꾸기
  • 김준채
  • 승인 2017.06.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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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효율적인 물관리가 더욱더 강조되고 있다. 물은 농업에서 땅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자연자원중의 하나다. 그런데“물 쓰듯 하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우리들에게 물은 충분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물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상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잦은 봄 가뭄은 농업용수 부족으로 이어져 지역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집중호우 발생빈도가 늘면서 강수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시기와 지역이 편중되어 지역별로 가뭄의 정도가 심해져 물 부족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농업용수 확보와 농업수리시설의 체계적인 관리가 농업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되었다. 가뭄에 대처하는 방식이 곧, 재해를 대비하는 능력으로 간주하면서 그만큼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환경적인 문제로 인해 신규 댐 건설이 어려워 도시화?산업화의 전진 속에서도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래서 현재 있는 물을 활용하여 효율적인 물관리를 하거나 생활 속에서 물 절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물 절약을 실천하고 체계적인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우리나라 전체 물 사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용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용수이용료 면제 조치에 대한 논쟁이 이따금 발생하고 있다. 농업인의 물 이용에 대한 비용 부담이 면제되면서 농업용수를 이용하는 농업인들의 물 절약을 유도하는 장치가 사라지고 물관리에 대한 농업인의 참여가 약해진 점을 지적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00년 농업용수이용료 면제조치가 이루어지고 나서 물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양수장의 전기사용량을 기초로 물 사용량을 간접적으로 분석한 결과, 물 사용량이 농업인의 비용부담이었을 시기에 비해 농업인의 비용부담 면제 이후가 약 1.5배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영농여건이 변화하면서 농업용수 이용량이 많아진 것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여론은 농업인의 물 절약 노력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농업용수의 약 10∼20%만 절약해도 총량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물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댐 건설로 인한 환경문제나 농업용수 이용료 면제, 물 사용량 증대 구조는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수리권(물 이용 권리) 재정비의 내용을 담는 물 기본법 제정과 하천 중심의 통합적 유역관리체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농어촌의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안정적인 농업용수 이용을 위한 권리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인의 비용부담 없이 통합적 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수리권을 확보하는 것이 힘들 수가 있다.

 물론, 매년 쌀 목표가격 상향 조정을 요구하는 농업인들의 대규모 시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쌀 생산농가의 소득 문제로 인해 농업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농업인이 농업용수 이용료를 부담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중요자원인 농업용수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더욱더 효율적으로 농업용수를 이용하기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모든 이들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우리는 농업용수를 단편적인 경제요소로만 생각하지 않고, 다원적 기능까지 포함한 농어촌의 수자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불특정 다수 국민까지 고려한 정부의 예산 지원과 더불어 농업인도 매우 적은 수준이라도 농업용수 이용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농업용수 절약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도 있고, 안정적인 수리권 확보와 효율적 물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농업용수 이용을 위해 한걸음 다가선 노력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 세계적으로 수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물을 확보하려는 블루골드(Blue gold)가 치열하다. 세계 물 산업 시장규모는 2004년 886조원에서 2015년 180% 상승한 1천600조원이다. 또한, 1988년 서울 올림픽 외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생수가 처음 등장한 이래, 한국 생수시장 규모는 연평균 10%이상씩 성장해 작년에는 8,000억원에 다다랐다고 한다.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수자원을 찾기보다 기존에 있는 물을 활용하여 사용방식을 개선하거나 체계화하여 물을 절약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들에게 무한한 존재였던 물의 유한성을 깨닫고, 물 한 방울도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김준채<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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