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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AI 발생에 대처할 체제 갖춰야
김현수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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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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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 마트에 가면 세일 상품만 찾아다니는 필자에게 올해는 상당히 우울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전에는 할인 코너에서 30개 단위로 포장된 계란을 3,800원에 살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8,000원 이하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급격한 계란 가격의 상승 이유는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듯이 지난겨울 우리 축산 농가를 강타한 조류 인플루엔자 (AI) 때문이다. 전남과 충북에서 시작된 AI는 국내 전역의 축산농가로 번져나갔고, 이로 인해 3,700여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기록적인 피해를 준 바 있다. 살처분된 닭의 사육두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우울한 마트 장보기는 좀 더 지속할 것 같다.

 지난겨울 전국을 강타한 AI 사태가 갈무리된 이후, 어떻게 하면 빠르게 AI 발생 이전 상황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관계 당국의 노력이 집중되던 최근에 다시 AI가 발생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북 군산의 오골계 농장에서 발생한 AI는 제주도를 비롯해 경기도, 부산 등 여러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부는 AI 위기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다.

 이번에 발생한 AI는 몇가지 측면에서 이전의 가축전염병 발생 상황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는, 2003년 국내에 처음 AI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온도와 습도가 높은 초여름에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과 같은 가축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온도와 습도가 낮은 환경에서 오랜기간 활동성을 유지하고 전염력 또한 높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늦가을 또는 초겨울에 시작되고 온도가 높아지는 초봄이 되면 사라지는 패턴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AI는 일반적으로 조류독감이 사라지는 계절에 새롭게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번 AI 발생의 특이한 점 또 한가지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가 되는 철새의 이동과 무관하게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추운 지역에서 이동해오는 겨울 철새가 조류독감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조류독감은 겨울동안 국내에 머물던 철새들이 이동해간 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국내에 토착화된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발생한 조류독감은 기존에 준비된 매뉴얼을 사용하여 확산을 방지하는 방법밖에는 없지만, 앞으로 이를 어떻게 방지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존의 발생 패턴에서 벗어난 조류독감에 대처할 새로운 발생방지 및 사후처리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먼저, 기존의 살처분 방법이 과연 적당한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AI가 발생한 농장의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에는 현재 이견이 없으므로, 이에 대한 살처분은 지속하여야 한다. 그러나 발생 농가 반경 500~3,000m 내에 존재하는 농가에 대한 살처분은 과연 적절한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진정으로 AI 바이러스가 국내에 토착화되었는지 정밀한 조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조류독감 예방백신의 접종 또한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쉽게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백신 개발 노력이 투입되어야만 한다. 중국의 경우 백신접종을 하고 있지만, 백신 개발속도가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조류독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후에 살처분된 가금류를 어떻게 처리하여 추가적인 오염을 방지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만약, AI 바이러스가 국내에 토착화되어 있다면, 이들은 자연환경에서 잠복하다가 반복적으로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살처분된 가축의 사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효율적으로 격리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가축 매몰 매뉴얼에 대한 재검토와 철저한 사후관리 방법을 마련해야만 한다.

 가축전염병은 가축 폐사로 인한 축산농가 피해를 시작으로 그 여파가 국가 경제와 국민보건에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방지와 사후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가축 전염병이 이전과 다른 발생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면, 이에 대한 대처방안도 변화가 필요하다. 발생원인 파악부터 사후처리까지 축산 보건당국은 이번 사태의 갈무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축전염병 관리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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