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 전북도립미술관의 역할론 부상
유일무이, 전북도립미술관의 역할론 부상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6.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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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더 나은 공공미술관의 미래 <중>
지난 2004년 문을 연 전북도립미술관은 전라북도 지역의 유일무이한 공공미술관으로 역할을 해왔다.

전북 지역에 무주 최북미술관(2012년 개관)과 정읍시립미술관(2015년 개관)이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미술관과는 예산이나 규모면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북도립미술관이 공공미술관의 영역 안에서 각계각층의 관심을 받아온 공간으로 유일한 셈인데, 때문에 개관과 동시에 지역과 미술계가 이 곳에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전북지역의 미술 관련 문화기반 시설이 너무도 취약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요구들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 전국 문화기반시설’조사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미술관 수는 인구 백만명당 6.95개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전국 평균(4.25개소)보다는 높았지만, 전라권인 제주(30.43개소)나 전남(13.10개소)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지역 미술계의 수많은 요구들이 전북도립미술관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북도립미술관은 이 같은 지역의 상황에 제대로 응답을 했을까?

 전북도립미술관은 올해로 개관 13년차를 맞았음에도 아직까지 전북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미술계 안팎의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제1대 최효준 관장과 제2대 이흥재 관장, 그리고 현재 장석원 관장으로 수장이 바뀌면서 관장의 개인적인 관심도와 입맛에 따라 미술관의 색깔만 변화돼 왔을뿐, 전북의 명확한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돼 왔던 것.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그동안 선보여진 전시 중에서 특별하게 생각나는 전시가 없는 것은, 예산이나 규모의 문제를 뒤로 미루고서라도 질적인 부분에 있어 미술계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닌지 반문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광역을 아우르는 지역 미술관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지역미술사와 문화적 맥락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함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북도립미술관의 지역미술사나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에 대한 아카이브는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일부 관련 기획전을 통해 작가들을 추려내 선보이기는 했으나, 작가별로 혹은 시대별로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하는 작업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수억여 원을 쏟아 붓고 있는 소장품 구입에서 조차 전북만의 특징이나 맥락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전라북도가 문화예술의 고장이라고는 하지만, 미술관과 박물관의 규모와 내실은 기대 이하인 수준이다”면서 “미술이라는 문화가 과거에는 0.1%의 사람들이 즐겼다면, 이제는 모두의 예술이고 모두의 문화로 변화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문화예술행정에 대한 의식구조를 고쳐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전라북도에 좋은 작가도 많고, 유명한 서예가도 많으며, 당대의 삶 속에 예술가들이 수없이 많이 움직이고 있는데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전북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작가를 지원하고, 그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좋은 미술관을 만들어가는 노력과 전문성을 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예실의 기능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도립미술관의 관장을 제외한 학예직 인력은 4명에 불과해 광역 단위 미술관 가운데도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하지만 이들 학예실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본관 외에도 서울관, 전북도청기획전시실, 창작스튜디오, 찾아가는 작은 미술관까지 범위가 상당히 넓다. 여기에 교육과 복합문화프로그램 등의 업무도 과중돼 사실상 각각의 업무에 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학예실 기능을 강화해 전북의 미술사적 위치에서 조명해야 할 작가들에 대한 치열한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지역의 미술사를 관통하거나 작가별로 자료를 아카이빙하는데 다양한 시각과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는 투명하고 수평한 논의구조가 필요하다는 것. 전북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전북 미술문화에 화두를 던지고, 전북의 작가를 조명하는 일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전북을 대표하는 공공미술관으로서 14개 시·군을 아우르는 역할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지역 미술관 관계자는 “전북 내 공공미술관의 기준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면서 “지역 내 맏형으로서 별도의 예산을 확보해 좋은 기획전 같은 경우는 시·군지역의 미술관과 협업하는 구조로 순회전 형식으로 선보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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