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력문제에 관심과 참여를
농촌 인력문제에 관심과 참여를
  • 강태호
  • 승인 2017.06.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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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답한 도시의 일상을 떠나 가끔 농촌을 방문할 때면 늘 마음이 푸근하다. 건강한 먹거리와 친근한 풍경 속에서 유년 시절 어머니의 따뜻한 품과 고향의 추억을 저절로 되새길 때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유년 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맘때는 농사일로 유독 분주했다. 마침 6월 5일은 곡식의 씨를 뿌리는 날인 망종(芒種)이다. 이날을 전후로 농촌에서는 1년 중 제일 바쁜 시기를 보낸다. 논에서는 잘 익은 보리를 베어 내고 그 자리에 벼를 심기 위해 모종과 수확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농부의 급한 마음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밭에서는 지난겨울에 심어놓은 마늘과 양파를 캐고, 한편으로는 수박 출하에 여념이 없다. 또한 축산 농가는 고온으로 인해 가축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쾌적한 축사 조성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바쁜 일상 때문에 망종(芒種)을 망종(忘終)이라고도 부르는데 농사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일을 마치는 것조차 잊는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농번기의 절정으로 예전에는 농번기 방학을 이용해 어린 고사리 손을 빌렸을 만큼 한창 바쁜 시기이다.

 기계화 영농이 과거보다 보편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농업인구의 감소와 농촌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아직도 농촌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 국가의 농업 생산력 유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개별 농가,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농업인구는 점차 줄어 전북지역 농가수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10만 가구를 밑돌고 있고 농업부문 취업자 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지난 15년 동안 전체 취업자 수 대비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12.7%가 떨어졌다.

 「환갑이면 청춘」이라는 농담에 마냥 웃을 수 없을 만큼 고령화도 심화하여 농가 경영주 2명당 1명은 65세 이상이고 지난 15년 동안 전국 65세 이상 세대주 비율이 7% 증가할 때 농가 경영주 비율은 21%나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가 84.5%가 일손 부족으로 영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력난을 농업경영에 가장 큰 위협요소로 생각하고 있고 응답했다. 아울러 응답자 86.4%는 과거 5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갈수록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고 답해 농촌 인력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전라북도를 비롯한 많은 기관들과 봉사단체에서는 농촌에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일손 돕기를 자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농협과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촌인력지원센터를 통해 인력을 적기에 지원하여 농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농촌 인력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행정의 차원에서는 지역 내 유휴인력 연계로 적기에 일손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인력풀을 구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개수수료와 농작업 상해 보험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농촌을 찾아 일손을 돕는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일손을 돕고 싶어 하는 단체나 개인은 농협 홈페이지나 가까운 농협에 신청하면 작업시기에 맞춰 농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책적 지원과 함께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적기에 영농인력지원이 될 때 농가 경영비가 절감되어 농업인의 소득이 안정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업인은 지속 가능한 농촌을 유지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그 혜택은 오롯이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농촌은 인력난과 가뭄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지치고 힘들면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던 농촌이 어려운 이때,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애정 어린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강태호<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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