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공공미술관들이 변하고 있다.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대중이 원하는 감각들을 찾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것이다. 그 속도는 빠르고, 그 준비 과정은 매우 치열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규모도 규모지만, 전통적인 공공미술관의 운영방식을 뛰어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체 5만 2125㎡(약 1만 5767평)에 이르는 공간은 전시동과 교육동 뿐아니라 디지털정보실, 멀티프로젝트홀, MMCA필름앤비디오, 아트랩팹 등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첫 번째 특징은 정문도 담장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당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건축된 공간은 건물의 내부와 외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누구나 들어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로, 수평적인 느낌이다보니 친근했다.
두 번째 특징은 미술관은 미술관인데, 그 내부에 120여 석을 갖춘 영화관이 있었다는 점이다. 미술관 관람료 4천원이면,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마음껏 관람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곳에서는 예술영화와 실험영화가 주로 상영되는데, 이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도 근무한다.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는 서울관에는 20~30대의 젊은 관객이 많은 편이다”면서 “이들 관람객의 재방문을 높이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면 경품을 받을 수 있는 MMCA프렌즈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며, 미술관을 어떻게 변화시켜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서울시의 일상 곳곳에서 사람들이 문화와 미술을 경험할 수 있기를 원하는 정책 방향에 발맞춰, 본관 외에도 여러 분관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공예분야를 특성화 시킨 관악구의 남서울생활미술관을 비롯해 어린이들이 행복한 노원구의 북서울미술관, 국제레지던시 기관인 마포구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종로구에 위치한 백남준기념관, 은평구에 있는 대안전시 공간 SEMA창고 등이 있다. 여기에 조만간 실험적인 전시를 벌이게 될 SEMA벙커가 영등포구에, 미술창작아뜰리에 금천구에 문을 열게 되고, 평창동 미술문화복합공간, 창동 사진미술관 등의 공간도 속속 자리를 잡게될 예정이다.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부장은 “미술관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5년 내에 만들어지는 모델들이 지역 내 다른 미술관에서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내년이면 개관 30주년으로 미술관의 상상력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변화시켜야할지 고민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도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담아내고 있는 공간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학도시인 대전의 특수한 이미지와 영역을 미술과 예술로까지 확장시키고. 2년에 한 번씩 ‘과학예술융복합 특별전시 프로젝트 대전’을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해는 ‘코스모스’를 주제로 우주의 신비를 예술로 풀어냈다. 또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등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미디어 관련 작품을 수집하는 등 다양한 활동들이 궤를 같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웃하고 있는 이응노미술관은 올해로 개관 10년을 맞았다. 세계적인 미술관 전문 설계자인 로랑 보두엥이 설계한 미술관은 자연과 조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백색 콘크리트가 특징으로, 건축학도들에게 인기가 좋은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이응노의 미술사적 중요한 위치를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기획전, 연구, 교류, 아카이빙, 프랑스 파리 현지 이응노레지던시 지원 등으로 이응노와 관련된 방대한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