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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이 문제였다
유길종 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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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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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는 위장전입이다. 위장전입 시비가 없었던 청문회를 기억하기 어렵다. 새 정부 들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위장전입이 문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고위 공직 배제 5대 비리’를 제시했고, 여기에는 위장전입도 포함되어 있으니 야권에는 좋은 시빗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 공직에서 배제할 5대 비리 중 하나로 위장전입을 든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주민등록법 자체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 내지 주민등록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라 한다. 주민등록법 제1조는 시, 군 또는 구의 주민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항상 명확히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를 적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민등록법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넘어 국가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법이라는 비판은 진즉부터 있었다.

 일본 식민지 시절에는 조선 호적령을 바탕으로 식민주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고, 6.25 직후의 국민증, 시·도민증은 좌익세력 색출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이러한 시·도민증 제도는 4.19혁명과 함께 유명무실화되다가 5.16 쿠데타 이후에 다시 부활하여 1962. 5. 10. 주민등록법이 제정, 공포되었다. 이렇게 주민등록법은 태생적으로 사회복지 혜택이나 행정 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목적에서 제정된 법이 아니라, 간첩이나 불순분자를 용이하게 색출하고 모든 국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법이고, 권위주의 체제하에서는 국민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민등록법의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평가된다. 이후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주민등록법이 수차례에 걸쳐 개정되면서도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교정이나 반성의 모습을 담지 않고 그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체적으로 주민등록법은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과 정보프라이버시 권리를 제한하면서 그 목적과 수단의 비례성과 상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게 위헌시비가 있는 주민등록법 위반 여부를 가지고 공직 배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기준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위장전입의 목적이나 모습은 가지가지인데 이를 따지지 않고 위장전입 전력 모두를 공직 배제 사유로 든 것의 문제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는 이 후보자 부인이 서울 강남의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였다는 것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외국에 살던 딸의 국내 학교 입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였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해외연수를 가면서 우편물 수령을 위해, 배우자가 지방전근을 가게 되면서 아들을 친척집에 맡겨두고 학교를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과 같은 정도의 비위이고 위법행위라고 할 수 있는가.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또는 다른 불법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위장전입은 공직 배제 사유로 삼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주민등록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고, 위장전입은 그 목적에 따라 비난가능성이 천차만별인 마당에 문재인 대통령이 위장전입을 공직 배제 사유로 공약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부분 공약을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만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차제에 이런 소모적인 시비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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