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인 남편, 이상한가요?
주부인 남편, 이상한가요?
  • 김병수
  • 승인 2017.05.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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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박사의 건강한 가정 만들기 프로젝트 ‘함께 답하는 가족이야기’ <5>

 “결혼의 성공은 적당한 짝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짝이 되는 것이다.” 

 결혼 5년차인 아내 A씨. 같은 직장에서 남편을 만났고 결혼 후 남편은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손해만보고 이제는 집에서 가사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남편은 집에서 아침식사준비, 아이들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세탁과 청소 등의 집안일을 A씨보다 훨씬 잘 수행해가고 있다. 퇴근 후 아내 A씨는 남편과 함께 집안일과 아이돌보기를 한다고는 하지만 익숙하지 않고 피곤한 맘에 쉬고 싶다. 이제는 아이들도 엄마보다 아빠와 시간 보내는 것을 더 즐거워하는 듯하다. 집에서 살림하는 남편을 보면서 아내 A씨는 답답함도 느끼고, 주변 사람들에게 창피하기도 하다. 집안일 안 해도 좋으니까 취직해서 바깥일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부부간의 역할도 사회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전통주의형 부부역할은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가사 일을 수행하는, 부부간의 역할 구분이 뚜렷하여 그 일을 수행하는 유형이다. 남편은 아내의 역할에 관여하지 않고, 아내도 남편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신 전통주의형 부부역할은 부인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가사 일은 물론 돈 버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아내는 원더우먼이다. 하지만 남편의 가족 내 역할분담은 수행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남성 지배적인 역할분담을 수행하는 형태이다. 평등주의형 부부역할은 역할을 선택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맞벌이, 역할을 함께 공유하는 것, 전통적인 부부역할을 바꾸어 전환하여 수행하는 것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A씨의 경우 역할 전환으로 부부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러분의 가정은 어떠한가?

 살면서 부부사이에 역할 갈등의 문제는 상대방과 역할에 대한 견해가 일치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의 역할갈등은 남편이 전통적인 역할을 수용하고 있지만, 아내는 근대적인 성역할 태도를 가지고 있을 때 갈등을 경험한다. 남성의 변화보다 여성의 성역할 변화의 폭과 속도가 빠르면서 서로 다른 역할기대를 갖고 결혼생활을 해오면서 부부갈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서로 즐기는 혹은 잘하는 기준에서 일을 나누고, 되도록 함께 공동으로 하는 것이 부부관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남편이든 아내든 어느 누군가가 전업주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도 가사 일에 대한 역할 공유는 필요하다. 홀벌이 남편의 경우, 밖에서 돈벌어 오는데 가정 일을 분담하자고 하는 아내에게 불만이라면서 오히려 남편의 역할과중을 토로하는 남편들을 많이 보아 왔다. 그런 경우 필자는 “아내가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의 일을 수행할 때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지키면서 수행” 하는지 질문한다. 가정일은 24시간 전일 전타임 근무이다. 따라서 가정 일의 역할공유는 꼭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가정 일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는 재평가 되어야 하고, 더불어 오랜 시간을 가정 내에만 있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되기 때문에 적당한 사회참여와 자기개발 등을 수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부 중 많은 수가 부부 역할에 대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일에 중독되어 가정 일에는 관심 없는 아내 혹은 남편. 좋은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함에 대해 늘 자녀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는 맞벌이 아내 등등.

 특히 전통적인 성역할 태도를 갖고 있는 남성의 경우 자신이 (아내보다) 돈을 많이 벌어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스스로 열등의식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가정 내에서는 더욱 더 가부장적으로 표현하고 아내에게 군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사회 곳곳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고정관념적인 부부역할에서 벗어나 주관적인 의미로 부부관계를 전환하여 역할수행을 하고 있다. 융통성 있고 적응력 있는 가족 내 역할관계를 재조정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결혼생활을 하는데 가정 일과 경제적인 일 모두 중요하다. 다른 점은 가정 일은 가족원들을 위한 일이다.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가족원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일이다. 어느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 다른 가족원이 행복해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결혼생활의 행복은 누가 일을 얼마나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느냐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역할에 감사하고, 부족하더라도 함께 동행하려는 배려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 글 = 김병수 가족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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