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반복 또 반복
안전불감증, 반복 또 반복
  • 오승주
  • 승인 2017.05.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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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安全不感證), 바로 이 단어가 최근 가장 가슴 아픈 단어이면서도 잊고 싶은 단어이다. 안전불감증이란 말 그대로 안전에 대해 무감각해 지는 것을 뜻한다. 좀 더 포괄적으로 각종 사고 재해 뿐만 아니라 저타르 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 저칼로리 식품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등의 안일한 사고방식 또한 안전불감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안전불감증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첨단화된 사회에서 사고와 재해를 방지하는 기술과 기반이 나를 보호해준다는 맹목적인 사고방식과 ‘나 하나 쯤이야’ 하는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결합되어 생겨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동력인 ‘성장’은 종종 ‘안전’을 성장의 방해로 치부하는 경우가 생기며 이는 안전수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우리는 또 한번의 잊지 못할 재난을 경험했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km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다. 이는 1978년 기상청의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이 후 48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 하였고 인근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 하다” 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국민들은 이번 지진으로 큰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은 과거의 사례들로도 알 수 있다.

 서기2년부터 1904년까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삼국사기 등 각종 역사 기록에 총 2천160회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서술되어 있고 이 중 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지진은 14회로 기록돼 있다. 1978년 기상청 관측 이후 규모 5.0이상 지진이 6회로 기록되고 있으며 이는 6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하고 있는 상태이다.

 정부는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지진재해대책법’을 제정하여 기 고층건물, 교량, 터널 등 31종에 대해 내진 보강을 연차적으로 의무화 하였다. 규모가 작은 소규모 민간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보강을 할 경우 세금 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건축물은 현행 건축법상 3층 또는 500㎡ 이상이 해당되며 지진규모 6.5정도에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진 발생 시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지진대응시스템과 해일 발생 시 10분 이내 침수예상지역을 분석하는 지진해일시스템을 구축하여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더라도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을 없애는 의식전환과 평상시 재난에 대비하는 대응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지진과 같은 재난은 예고 없이 불시에 찾아오기 ㅤ때문에 평상시 대응요령을 익혀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더불어 지자체에서는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 해야 하며 정부에서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지자체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진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한편 지진 대피 요령 및 정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또한 각 학교와 고층건물에서는 지진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실제와 같이 준비해 지진대피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몇 해 동안 큰 사고를 수차례 겪으며 안전규정을 준수할 것을 수차례 다짐해왔다. 하지만 정작 사고 때마다 안전규정 강화에 대한 논의, 향후 관리방안 등은 뒷전이고 오로지 책임소재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줄탁동시, 병아리가 알에서 나올 때 안에서는 병아리가 쪼고 밖에서는 닭이 쪼아 병아리가 쉽게 나올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국가의 정책과 국민의 안전불감증 없는 시민의식이 어우러지면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수 있을 것이다.

  

고창소방서 방호구조과장 오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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