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소비로 소상공인의 눈물을 닦아주자!
당당한 소비로 소상공인의 눈물을 닦아주자!
  • 정원탁
  • 승인 2017.05.28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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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름으로 활기가 넘쳐나는 계절이 왔다. 얇아진 옷만큼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희망찬 계절이지만, 우리주변 소상공인들의 표정은 어둡다.

 도내외 경제여건을 살펴볼 때 글로벌 경제침체와 지속적인 내수부진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속앓이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의 원인을 시행된 지 갓 8개월이 지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라고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청탁금지법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삶이 나빠졌다며 법 개정만이 경기악화를 단번에 끊어 낼 수 있다는 식의 주장 또한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항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원인분석 과정은 힘이 들기에 문제의 본질을 살피기보다는 외부의 요인 탓으로 돌리기 십상이다.

 애초 청탁금지법은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되었으며, 지속하는 내수침체, 조선업 구조조정, AI 등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법제도 시행의 영향만을 정확히 가려내기는 어렵다.

 또한 면밀한 원인 분석 과정보다는 바른사회 실현을 위해 출발한 청탁금지법에 대해 “화훼농가의 시름”과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과 같이 다소 극단적인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카드거래액 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보면 화원이나 일부 음식점과 같이 매출과 고용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골프장과 같이 개인카드 사용액 증가와 법인카드 사용액의 감소가 상쇄되어 매출액에 큰 영향이 없어 보이는 업종도 존재한다.

 위 분석만 보더라도 현재 발생하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 모두를 청탁금지법의 탓으로 돌려 버리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청탁금지법의 결과분석과는 별도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탁(請託)’이란 말 그대로 ‘남에게 청하여 부탁한다’는 뜻으로, 단어 자체에는 부정적인 뜻이 전혀 없으나 부정적인 상황에 많이 쓰인다. 취업청탁, 인사청탁 등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 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막고 공정하게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로 ‘처벌’이 아니라 ‘거절’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당당한 소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초기의 모호한 기준들로 인하여 ‘당당한 소비’조차 눈치를 보고 소비를 줄이는 ‘소비심리 위축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의 제도개선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도내 화훼농가의 꽃 판매량 감소 원인으로 승진·전보와 경조사 등에서 소비되던 꽃 판매량의 감소를 꼽고 있다. 안타깝게도 꽃 판매량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였고, 꽃 소비감소의 원인은 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각박한 삶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저녁이 있는 삶’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좀 더 긴 호흡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탁금지법의 여러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행히도 그 시행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경제사회적 여건이 좋았으면,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되고 긍정적인 영향이 더욱 부각될 수 있었다. 경기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의 경제상황을 바로 잡는 내수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경제의 뿌리 역할을 담당하는 소상공인들의 생존이 담보되어야 국가경제도 튼실하게 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탁금지법이 공정한 경쟁이 바탕 되는 사회를 일궈가는 과정이라는 것과 공정한 사회 속에서 지역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민 모두 당당한 소비로 소상공인의 눈물을 닦아 주는 실천임을 잊지 말자.

 정원탁<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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