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전주교구 김선태 주교 인터뷰
천주교 전주교구 김선태 주교 인터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5.26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을 실천하면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 천주교 전주교구 제8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김선태 주교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적 신념과 임기 중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상기 기자

 지난 5월 13일 군산 월명체육관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천주교 전주교구 제8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 서품과 착좌 미사가 열렸다. 이번 김선태 주교의 임명은 올해로 설정 80주년을 맞은 천주교 전주교구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27년 만에 임명된 새 교구장의 발자취에도 남다른 이목이 쏠렸다. 어린 시절부터 성당을 놀이터 삼았고, 학교 마치면 매일 성당으로 발걸음 했던 소년이 사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고마운 일임에 틀림없다. 탁월한 학자이자 성실한 사목자로서 교우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를 전주교구 최고의 어른으로 맞게 됐으니 말이다. 25일 천주교 전주교구청 5층 교구장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주교는 복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랑에 대해 강조했다. 그 음성을 따라 걷다 보니 사랑이 가득한 전주교구, 사랑이 가득한 지역사회, 사랑이 가득한 대한민국이 가까이 왔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편집자주> 

 -천주교 전주교구가 27년 만에 새 교구장님을 맞게 됐습니다.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3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전주 교구장 주교 임명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때 마음이 너무도 무거웠습니다.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제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고,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눈으로, 하느님이 세우셨기 때문에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주신다는 믿음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신자들에게 많은 기도로 함께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고, 신자들도 그 뜻을 함께해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리고 5월 13일 착좌식을 갖게 됐습니다. 겸손되게 도와달라고 기도했고, 그분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주교님께서 사제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태어난 전북 익산 성치마을은 한국 천주교 박해시대에 박해를 피해 교우들이 모였던 곳이었습니다. 세 살 때 여산 읍내에 나와 살게 됐는데, 가까이에 성당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성당을 놀이터 삼아 지냈던 것이죠. 어렸을 때부터 새벽 미사 복사를 도맡아서 했습니다. 새벽 4시 50분에 어머니가 깨우면 일어나기 힘들기도 했고, 겨울에는 성당에 가기도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가기 힘들었지만, 미사가 끝나고 되돌아 올 때는 마음이 한없이 기뻤습니다. 그 때부터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사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신부님도, 부모님도, 집안의 어른들도 권유를 했고요. 어린 시절에 대통령, 경찰이 되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죠.”(웃음)

 -교구 설정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에 새 교구장을 맡은 만큼 책임감이 가볍지 않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해서 나아가야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교회가 외적인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박해를 받았고, 신앙의 자유가 생겼을 때에는 가톨릭 신자가 너무도 적어 숫자를 늘리는데 지금까지 노력을 많이 했죠. 통계로 보면 전라북도의 천주교 신자가 19만5천여 명 정도로, 인구 대비 복음화 비율이 10.4%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양적인 성장을 이뤄 궤도에 진입했다고 봅니다.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성직자 중심을 벗어나서 평신도 중심의 교회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신도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성직자 중심의 교회에서 벗어나 평신도 중심의 교회로 바뀌지 않는다면 교회의 미래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전주교구에 잘 맞는 지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적인 성장을 위해 평신도를 양성, 그들의 능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시스템과 제도를 개혁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와 지역사회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주교구는 어떻게 설정하고, 형성해나가실 계획이신가요?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종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또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 안에서도 잘 나가는 부분보다는 못나가는 부분 소외된, 어려운 부분에 봉사하고 기여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 소외계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고, 억울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하죠. 세상 사람들은 이름이 드러난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갖습니다. 사실, 역사 안에는 많은 고충이 있습니다. 고통을 당한 많은 사람들, 그 익명의 사람들을 생각할 때만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반면에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지표를 볼 때 행복하지 못한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아프리카를 탐험하던 탐험가가 있었습니다. 탐험을 위해서는 많은 무거운 장비를 들어야 했는데 원주민 몇 명을 고용해 함께 다니다보니 돈이 많이 들게 되었습니다. 빨리 탐험을 하고 싶어서 원주민을 재촉했죠. 7일째 되던 날 원주민이 일어나지 않고, 길을 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원주민은 저는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나의 영혼은 저 뒤에 처져있으니, 영혼이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근래에 우리 한국사회가 발전을 했고, 눈부시게 경제적으로 성장을 햅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따라오지 못한 채 우리 영혼은 80년대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물질적인 풍요는 2016년에 와 있지만,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이 괴리돼 어려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자살률도 높은 상황인 것이죠. 정신이 채워지지 않으니, 있을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 없겠습니까?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는 사회가 되어야겠죠. 종교인은 종교인, 학자는 학자의 입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정신적인 측면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 교회 안에서도 물질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우들이 있습니다. 신앙인이면서도 물질적인 풍요를 위해 기도를 하죠. 좋은 직장, 돈을 많이 벌게 해주라면서 말이죠. 정신적인 갈망이 채워지도록 신앙생활을 하고, 기도의 지향이 머물러야하는데 말이죠. 종교인으로서의 모범, 각자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해야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지요?

 “사실, 시설장이나 단체장처럼 임기 중에 이뤄야하는 목표는 없습니다. 종교인은 성경 안에 살고, 그 이상은 죽을 때까지 실현할 수 없습니다. 종교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내가 신앙하는 예수님을 닮아 가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신앙인들이 변하고, 나아가 세상이 변할 수 있겠죠. 저는 임기 중에 가난한 교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봉사하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가톨릭 신자와 도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시죠.

 “사랑을 실천하면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낮춰야 합니다. 자신을 높이고 더 내세우면 사랑할 수 없죠. 자기 자신을 내려놓으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부디,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그분을 사랑하십시오. 그 이전에 맛보지 못한 행복을 누리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 지역사회도 밝아질 것입니다.”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1961년 전북 익산 여산 출생이다. 1989년 광주가톨릭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같은해 1월 20일 전주교구 사제품을 받았다. 전주교구 전동 본당과 둔율동 본당 보좌신부를 거쳐 1991년~1997년에는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교에서 기초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주가톨릭신학원 부원장 겸 성요셉동산 원목을 거쳐 전주가톨릭신학원장을 역임했으며, 솔내, 회산동, 연지동, 삼천동 본당 주임 신부를 지냈다. 지난 5월 13일 천주교 전주교구장 착좌식을 갖고, 믿음으로 직무를 맡게 됐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