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과 노무현의 실패 그리고 문재인
김대중과 노무현의 실패 그리고 문재인
  • 이정덕
  • 승인 2017.05.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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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집권하자마자 자신이 실행할 수 있는 인사권, 업무지시를 활용하여 빠르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잘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통하여 청와대가 국민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광주의 5.18 기념식장에서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어, 나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들을 울게 만들었다. 상식과 원칙 그리고 국민을 위하는 문재인의 마음이 대통령 취임 며칠 사이에 충분히 드러나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감동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등으로 국민을 적대시하고 권력기관과 언론을 농단하며 통치를 해왔던 박근혜의 어두운 그림자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하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보아왔듯이 박근혜는 사라졌어도 기업과 언론과 권력을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행사하는 세력들이 얼마나 강고하고 뿌리가 깊은지 직시하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원한 국정으로 국민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선사하고 있지만 70년간 이어져 온 기득권 세력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도 망각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나 업무지시나 말의 실수를 몇 번 하게 되면 이를 빌미로 기득권 세력이 결집하여 문재인을 계속 흔들어댈 것이다. 물론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사회의 열망이 크게 타올라 이들이 다시 결집하여 국민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은 김대중, 노무현과 비교하여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시간은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 편파적인 보수언론, 국민위에 군림하던 관료나 정치인, 온갖 법망을 피하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기업, 종북몰이로 국민을 이간시키는 세력, 편파적인 권력기관 등 다양한 기득권 세력이 막강한 사회적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문재인이 허점을 몇 번 보이면 하이에나처럼 끈질기게 공격하며 개혁을 좌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민주적 정당들도 서로 싸우게 될 것이고, 국민들도 점차 피로를 느껴 지지율도 급속히 떨어질 것이다.

 이게 문재인이 처한 냉엄한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민주당은 국회에서 소수파일 뿐이다. 언론, 관료, 기업, 사회에서도 기득권 세력이 더 강하다. 단기적으로 문재인이 국민들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개혁조처들을 내놓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사, 청문회, 개혁, 제도화, 법률 개정, 개헌 등은 커다란 논란과 저항을 수반하는 일들이 쌓여 있다. 이러한 개혁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논란과 분열이 생각보다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초기의 국민 열망과 지지도 점차 사라지기 마련이다.

 초기의 선제적 조처들로 국민의 열망을 잘 축적하여 다양한 정치세력을 잘 조율하면서 의제의 주도권을 계속 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커다란 승리를 해야 계속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개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열망을 자극하고 지지를 계속 얻을 수 있는 조처들을 순차적으로 이어가야 하고, 국민의 열망을 바탕으로 정치세력들과의 줄타기를 계속 선도할 수 있는 의제를 제시하고 협상을 통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초반 지지를 계속 활용하고 이어나가는 기획과 능력이 부족하여 결국 기득권 세력에 공격당하며 지지를 상실하고 무너졌다. 이를 거울삼아 문재인 정권은 5년 계획을 철저하게 짜서 가시밭길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한국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나라로 고치는 데 꼭 성공하기 바란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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