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여전히 뜨고있다.
전주는 여전히 뜨고있다.
  • 윤석
  • 승인 2017.05.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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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깊었다. 전주가 시끌벅적하다. 맛과 전통 같은 것들을 찾는 전국의 발걸음이 몰린다. 낯선 이들이 도시 곳곳에서 얽히고설킨다. 전주시민도 함께 들뜬다. 타지인과 현지인이 뿜어내는 시너지가 고즈넉한 도시 곳곳에 번진다. 5월 전주의 낭만은 시민(主)과 손님(客)의 합작품이다.

좋은 합작품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합의되지 못한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첫 마중길’을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전주의 첫인상을 좋게 만들자는 프로젝트다. 전주역을 나온 관광객을 850m의 초록공원이 반긴다. 버스킹(즉석공연)도 볼 수 있다. 세부 콘텐츠의 짜임새와 질은 걱정 말자. 뭐가 됐든 예전에 보이던 성인유흥업소 네온사인, 잿빛 8차선 도로 위를 돌진하는 자동차보다는 나을 것이다. 관광객 입장에서 말이다.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거다. 이번에는 전주시민 입장이다. 모든 시민에겐 편리함을 배려받을 권리와 자격이 있다. 첫 마중길 때문에 차선이 줄었다. 직선도로가 곡선으로 바뀌었다. 제한속도도 낮아졌다. 전주시민은 1~2분 정도를 도로위에서 잃었다. 운전만큼 실생활에 ‘구체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도 없다. 첫 마중길에 대한 일부시민의 날선 반응이 이해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쯤에서 짚고 넘어갈 ‘팩트’가 하나 있다. 지난해 한옥마을을 다녀간 관광객이 천만명을 넘었다는 사실. 빅데이터 분석이다. 국내 인구의 5분의 1이, 전주 인구보다 15배가 많은 타지인이 한 해 동안 전주를 찾았다. 지역경제활성화 같은 실익은 둘째 치자. 천만이라는 숫자는 한 도시의 긍정적 미래를 상당히 현실감있게 제시한다.

화두는 제시됐다. ‘전주’라는 브랜드를 더 ‘고급지게’ 만들려면 시민이 어디까지 협조해야하느냐는 것이다. 천만관광도시 원주민으로서, 갖춰야할 태도와 자격을 고민 할 때다. 물론 전주시민에게 관광객 마중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손님마중 자체를 비난할 일도 아니다. 결국 다 우리 동네 좋게 만들자고 하는 일 아닌가.

이탈리아 피렌체는 시가지 절반 가까이에 차량이 들어오지 못한다. 도심역사를 지키기 위해서다. 자국 문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려 개인적 불편을 감수하는 피렌체 시민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도시가 아름다우니 시민의식도 아름답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한양 도성내부에 차량을 못 들어오게 할 계획이다. 문화 콘텐츠를 보존하려면 어느 정도 불편은 ‘즐겁게’감수 하자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한 요즘 추세다.

 물론, 국가나 지자체 같은 정부조직은 무엇보다 거주민의 행복과 복지먼저 챙겨야 한다. 월드컵 관광시설을 짓던 브라질은, 국민의 교육, 주거 인프라부터 투자하라는 비판에 마땅히 대꾸하지 못했다. 서울 홍대 앞거리나 북촌마을을 관광객이 너무 몰려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기도 했다.

 첫 마중길은 경우가 다르다. 첫 마중길 때문에 전주 교육복지가 열악해질 일은 없어 보인다. 인근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열악해질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전주’를 입력하면 ‘힙 플레이스(Hip Place)’라는 단어가 나온다. ‘요새 뜨는 곳’을 뜻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몰리는 공간이다. 전주는 아직 뜨고 있다. 뜨는 동네의 첫인상은 깊게 각인된다. 기대감을 안고 기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에게 괜찮은 풍경을 보여줘여 하는 이유다. 5월 전주의 낭만을 몰고 온 천만 객(客)을 위해 그 정도는 해줘야하지 않을까.

 삼부종합건설 기획조정실장 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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