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에 보낸 삼성 2호 문서 ‘의혹만 증폭’
전북도의회에 보낸 삼성 2호 문서 ‘의혹만 증폭’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7.05.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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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지난 2011년에 체결한 새만금 투자 MOU와 관련해 지금까지 단 2개의 문서를 보냈다. 1호 문서는 작년 9월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에 보낸 것이었고, 2호 문서는 7개월 뒤인 올해 4월 27일 전북도의회에 제출한 문서다. 그런데 2개의 문서를 비교하면 적잖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왜 그럴까?

 ① “투자 어렵다” 직설화법: 전북에 보낸 삼성의 첫 공문인 4월 27일 전북도의회 접수 공문은 총 228자였다. 이는 작년 9월에 국회 국토교통위에 보낸 공문 183자보다 45자(24.6%) 늘어난 것이다. 국회에 보낸 1호 공문에서는 “현재로서는…”이란 단서를 달았고, “새만금 2단계 부지에 투자할 사업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라고 ‘사업’이 없음을 언급했다. 대기업의 투자는 글로벌 환경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는데, 당시로선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할 사업이 확실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전북도의회에 보낸 2호 공문은 현격한 뉘앙스의 차이를 보인다. 우선 “투자여건이 급격하게 변화된 실정”이라는 전제를 깔았으며, “부득이, 새만금 2단계 조성 부지에 투자가 어려운 상황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투자 불가’와 ‘양해 입장’을 확실히 했다. 업종이 마땅치 않다는 1호 문서와 달리 2호 문서엔 투자가 어렵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고, 이를 이해해 달라고 도민들에게 당부한 셈이다. 왜 7개월 만에 대못을 박았을까.

 ② 1~2항 답변은 묵살: 전북도의회는 지난 4월 18일 삼성전자(주) 권오현 대표이사에게 질의서를 보내면서 3개 항을 물었다. ‘도의회 삼성 새만금 투자 MOU 조사특위’는 당시 “삼성의 새만금 투자와 관련한 오해를 풀기 위해 삼성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해 달라”고 질의했다.

 1항은 삼성의 새만금 투자계획서인 ‘그린에너지 산단 조성 계획(안)’이 현재 삼성에 보관되어 있는지 묻는 것이었고, 2항은 조성계획(안)이 있다면 삼성의 어느 부서에서 작성된 문건이냐는 질문이었다. 쉽게 말해 두 질문은 새만금 투자 MOU 실체를 묻는 고단수 직격탄이다. 하지만 삼성은 같은 달 27일 도의회에 답변서 문서를 제출했고, 1항과 2항 질문엔 전혀 답변하지 않았다. 수십억 원의 막대한 투자를 담은 정부와의 MOU라면 6년 전의 문서라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삼성은 계획(안)의 보관 여부와 작성부서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 것일까.

 ③ 임원이 직접 방문 전달: 전북도는 지난 3년 동안 삼성에 공문으로 새만금 MOU와 관련한 견해를 밝혀달라고 요청해왔다. 송하진 도지사가 친서를 써 보내기도 했다. 삼성은 그러나 행정의 요청에 대해선 문서를 남기지 않았고, 임원급이 지난해 도를 방문해 “새만금에 투자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북도엔 지금도 삼성의 공식 문서가 단 한장도 없다.

 그런데 이번엔 삼성전자 상무급의 임원이 직접 전북도의회를 방문해 문서를 전달했다. 도의회 특위가 관련 질의서를 보낸 지 정확히 9일째 되는 날이었다. 의회에 제출한 문서의 명의는 권오현 삼성전자(주) 대표이사로 돼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단순히 팩스로 보낼 순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왜 도의회 특위엔 삼성 임원진이 문서를 들고 직접 방문했을까.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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