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가꾸기 한다며 벌채, 산사태 위험에 주민들 불안
숲가꾸기 한다며 벌채, 산사태 위험에 주민들 불안
  • 정재근 기자
  • 승인 2017.05.17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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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도 27호선 옆에 있는 완주군 경천면사무소에서 바로 앞을 보면 경천리 죽림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런데 죽림마을 뒷산이 시뻘건 흙과 길다랐게 나무가 움푹 팬이 숲이 보였다. 도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마을 안길 따라 도착해보니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예전에 뒷산이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이 숨진 적이 있어 이곳에 토지주의 동의 아래 주민들이 잣나무를 심었는데 외지인이 들어와서 숲가꾸기사업을 하면서 잣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적송 등을 계획보다 많이 베었다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벌채로 인해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할까 우려돼 비만 오면 불안해서 살 수 없어요.”

 이장 K씨는 비가 많이 내릴 때면 산 밑에 사는 주민들에게 마을회관에서 잠자도록 권하고 있다.

 죽림마을은 38세대에 77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최근 3년 전부터 걱정이 태산 같다. 다름 아닌 외지인이 마을 뒷산을 매입해 숲가꾸기 사업을 한다면서 산이 파헤쳐지고 수령이 수십 년 된 소나무들이 벌채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산 중턱에 작업로를 내면서 나무뿌리까지 뽑아내고 주변의 고목들을 벌채해 토사가 노출됐다. 만일 집중호우시 토사유출 및 산사태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주민과 함께 공사 현장 입구에 도착해 보니 S농장의 입간판이 보였고 구릉진 곳에 가보니 최근 모두배기된 곳에 다시 몇그루의 조경수와 바닥에 집을 깔아 놓았다.

 주민들의 항의로 사업주가 응급조치를 했다.

 밑에서 잘 보이지 않아 산을 올라가 보니 토지주가 개설한 작업로(임도)가 나왔다. 작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최근 내린 비로 신발이 푹푹 빠졌다. 작업로 주변은 벌채후 원목은 실어나가고 뿌리와 잔가지가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산 중턱 중앙에 도착했을 땐 가파른 경사지에 최근 심은 것으로 보이는 감나무가 군데군데 목격됐다. 그러나 감나무 묘목을 심었다고 하지만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작업로 개설 영향 등으로 장마철 이전에 보수하지 않으면 산사태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산림이 배어나 가고 직접 토사가 노출됨으로써 집중호우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죽림마을 이장은 “이곳은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골라베기도 위험한데 구역내 모두베기 벌채와 조성계획면적 이상의 벌채로 인해 집중호우시 산사태 위험이 도사려 마을주민들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며 “비가 많이 내릴 땐 산 밑에 있는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잠자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지주 P씨는 “지난해 산림복합경영단지 조성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솎아베기와 조림지풀베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작업근로자들의 실수로 계획면적보다 많이 벌채가 이루어진 것 같다”며 “작업로 개설로 인한 산사태 위험 구간에 대해선 완주군청과 협의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응급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완주군 관계자는 “몇차례의 현장조사 결과 100여 그루 이상의 나무가 계획보다 더 벌채된 것을 확인했다”며 “토지주 P씨를 대상으로 확인조사를 마친 후 산림복합경영단지 조성 사업 취소 등 산리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고발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완주군은 전북도 산림환경연구소 협조를 받아 이 지역에 대한 토질조사 및 산사태 발생 우려, 응급복구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처방안을 강구중이다.

 완주=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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