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한글의 ‘적’이 아닌 ‘동지’
한자는 한글의 ‘적’이 아닌 ‘동지’
  • 안도
  • 승인 2017.05.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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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은 가장 과학적인 글자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자음과 모음을 포함하고 있어 쓰고 배우기가 아주 편리하다. 더욱이 인터넷 시대에 우리들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사용 중인 한글도 애초의 훈민정음에서 형태가 많이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한글도 앞으로 계속된 변화 속에 발전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우리말이 아니라 우리 글자를 얘기한 것이다.

 언어의 본질적 기능은 의사전달이다. 인간이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화자와 청자가 있어야 하는데, 청자는 개인 또는 수십 명, 수천 명일 수 있다. 그러나 화자는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실하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청자는 상대방이 말한 것을 정확하게 전달받고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국어의 약 70%가량은 한자어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순수한 우리말에 어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어휘의 대부분이 한자로 표기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우리말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한자를 미리 알고 있다면 처음 접하는 생소한 어휘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악기의 종류를 배운다. 그리고 시험 문제에 ‘다음 중 현악기가 아닌 것을 골라라’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아이들은 무조건 외운다. 그런데 이 아이들에게 현악기는 ‘출 현(絃)’ 관악기는 ‘대롱 관(管)’ 타악기는 ‘두드릴 타(打)’자 라는 뜻을 알려주면 외우지 않아도 된다. 도로를 가면 갈림길을 ‘분기점’ 갓길을 ‘노견’ 천천히를 ‘서행’이라고 써 놓았다. 뜻은 한자에서 나 온 말인데 한글로 써 놓으니 알 길이 없다.

 어느 학교 ‘농구부’가 4연패를 했다고 신문에 났다. 네 번을 졌는지(敗) 네 번을 이겼는지(覇) 내용을 읽어 봐야 안다. 도로변의 안내표지 ‘서행’도 서쪽으로 가라는 것인지(西行) 천천히 가라는 것인지(徐行) 헷갈린다. 그래서 몇 년 전 교육부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배워야 한다며 한자 병기를 주장하자 우리글자가 초상이나 난 것처럼 난리가 나더니 요즈음 조금 잠잠하다.

 우리말은 소리글자와 뜻글자를 모두 갖추는 순수한 한글과 풍부한 한자어라는 두 가지를 포함하고 있어 양쪽의 결함이 상호 보안되는 천혜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그 중 우리말 한자어는 한글보다 751년이나 앞서 우리말을 기록했는가 하면 그 후 꾸준히 발전하여 아름다운 한글의 근간이 되어 왔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한자를 몰라서 한글로 표현하는 것조차 황폐화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것은 한글전용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부작용 때문에 수십 년간 우리의 전통문화로서 정착된 한자를 우리 스스로 우리말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파괴해온 까닭이다.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흘러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우리의 전통문화인 한자를 배우지 않고는 어휘력이 풍부해질 수 없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깨닫고, 한자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한자교육은 국가차원에서 하로 속히 실천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한글과 함께 하는 한자교육으로써 초등교육, 중등교육을 거치는 동안 어휘력을 충분히 기르게 하고, 나아가 대학교육에서는 연마된 어휘력을 자유자재로 발휘하여 연구에 매진하게 하는 것이 지성인의 도리요, 국가의 막중한 책임이다. 한국인의 언어생활에서 한자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수십 년을 배워도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지만 한자는 배운 즉시 바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사고까지 확장해 주는 순기능 역할까지 한다. 게다가 그런 개념을 이해하면 평생 잊지 않고 자기 것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구성도 있다.

 그렇다고 한글보다 한자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한자를 배우지 않으면 개인 스스로 불편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한자 사용은 우리말이 한자에 회귀하고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글을 더욱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적(敵)이 아니라 동지(同志)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안도<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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