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 조배숙
  • 승인 2017.05.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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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대선이 끝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된다.

 당연한 일임에도 보수정권 아래 금제(禁制)된 시간을 보내야 했다. 9년 만에 복권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 2호로 국가보훈처에 지침을 내려 이루어진 일이라 더욱 뜻 깊다.

 크게 환영하며 찬사를 보낸다. 기념사도 대통령이 직접 낭독한다니 비로소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느낌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백기완 선생의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해 소설가 황석영 씨가 다듬어 가사로 만들고 대학가요제 입상자였던 김종률 씨가 1981년 작곡한 노래다.

 이 곡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마지막 날 전남도청에서 숨진 윤상원 열사와 1979년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숨진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에 바쳐진 노래다.

 이 노래에서의 ‘임’은 그 영혼들을 일컫는 것이다.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널리 불러지며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노래이자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곡이 되었다.

 최근에는 태국과 필리핀, 미얀마를 비롯해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각국의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널리 애창되고 있다니 실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공식 기념식에서 ‘제창’ 방식으로 불렀으나 보수단체들이 반발하자 ‘합창’ 형태로 불리며 해마다 제창과 합창을 놓고 갈등을 빚곤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이 김일성을 상징한다는 일부 보수단체들의 억지 주장을 국가보훈처가 동조한 까닭이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일부 극우 인사들의 5·18 북한군 개입설도 한몫했다.

 2013년 국회에서는 이 곡을 5·18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진영논리의 국론분열 의도 멈춰야

 일부 보수단체와 극우 인사들의 5·18민주화운동과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폄훼와 억지 주장은 끈질기고 집요하다.

 이들 보수진영을 대변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더욱 기가 차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식 제창곡으로 지정하자 이 곡이 ‘체제 변혁과 북한 동조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논평했다. 전형적인 색깔론 공세다.

 보수진영의 결집을 노리고 색깔론을 덧씌운 ‘상징조작’으로 역사를 왜곡하며 국민여론을 호도하려는 얕은 술책에 불과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국민을 나치에게 충성하도록 선동한 괴벨스는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 부정하고 그다음에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고 소름 돋는 상징조작의 교묘함을 강조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의 굴곡에서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 속에 응축되어온 하나의 가치다.

 부적절한 상징조작으로 교묘히 왜곡하거나 불필요한 이념의 잣대로 재단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5·18진상규명 반드시 이루어져야

 또한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5·18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을 공약한 바 있다. 감춰진 역사의 진실을 온전히 밝혀 주리라 기대하는 바 크다.

 5·18민주화운동 최초의 희생자는 전북 김제 출신의 이세종 열사다.

 고 이세종 열사는 전북대학교 농학과 2학년 재학 중에 5·18 새벽 계엄군의 진압을 피해 학생회관 옥상으로 올라가고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사인은 단순 추락사로 발표됐으나 추락 전 계엄군에 의한 집단 폭행 가능성 등이 제기됐었다.

 5·18민주화운동의 최초 무력진압이 전북대였으며 최초의 희생자가 바로 이세종 열사라는 점은 5·18민주화운동이 비단 광주전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민중항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201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마음껏 소리 높여 부를 수 있게 되어 벌써 가슴이 벅차오른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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