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미학
소통의 미학
  • 홍용웅
  • 승인 2017.05.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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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80년대만 해도 ‘일사불란’이라는 말이 행정의 키워드였다. 90년대 들어 사회 전반의 민주화 추세와 함께 ‘하의상달’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상명하복의 압제적 행정문화에 대한 위장된 반성이랄까? 정보화의 꽃이 만개한 지금, 우리 행정의 화두는 아마도 ‘소통’일 것이다.

 소통은 사전적으로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 정의된다. Communication이라는 영어표현이 차라리 더 쉽게 와 닿는다. 소통은 말하기는 쉬워도 제대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덕목이다. 이를 방해하는 장애물, 즉 개인의 이기심 때문이다.

 소통은 손익계산서상 단기적으로는 손실처럼 나타난다. 나의 지식, 정보, 의도가 타인에게 노출되므로 마치 패를 보여주고 화투 치는 느낌일 것이다. 누구나 어렵사리 습득한 지식정보는 꼭꼭 숨겨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아무도 모르라고’란 가곡의 노랫말처럼, 숲 속에서 발견한 샘물을 혼자만 몰래 마시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그 기쁨,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비밀주의, 신비주의 늪은 반드시 썩고 만다. 밀폐된 작은 연못에 사는 붕어는 배때기를 물 위에 드러내고 폐사할 운명이다(양희은 노래처럼!). 위대한 가치의 창조와 번영은 열린 자세로 더 높고 넓은 곳을 지향할 때 이뤄진다.

 소통은 이해관계자 간에 짐을 나누는 행위이다. 불통의 대가는 독박일 뿐이니, 국정농단 세력의 소통부재가 빚은 참변이 이를 웅변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 후 연일 강력한 소통 의지를 보이는 것도 이 점을 명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통상진흥원의 모토는 ‘새로운 가치와 고객만족의 창조’이다. 이를 실현키 위한 핵심수단 역시 소통이다. 누구와 소통할 것인가? 전방위 소통이 물론 바람직하지만, 소통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최우선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경진원의 고객은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거기에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주체가 더해진다. 소규모 창업을 원하는 예비창업자까지 포함하면 잠재적 고객의 범위는 모든 도민으로 확대된다.

 이처럼 다양한 고객들께 새로운 가치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진흥원의 존재 의의다. 한 마디로 우리의 경영목표와 존립근거는 고객중심의 서비스인 것이다. 모든 판단은 고객입장에서 내려져야 한다. 그래서 고객의 염원과 고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둘째는 정책당국과의 소통이다. 진흥원은 출연기관으로서 도정방향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고객 지근의 최 일선에서 도의 시책을 집행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따라서 감독관청의 사인을 잘 못 읽거나 불협화음이 있다면 결국 이는 도민에 대한 불충이다. 도와 진흥원의 최종고객은 같기 때문이다. 동일 목표를 지향하는 이심전심의 소통이 그래서 중요하다.

 소통의 세 번째 축은 내부 구성원 사이에 있다. 조직 내에 지식과 정보 그리고 신뢰가 물 흐르듯 하지 않으면 조직은 괴사한다. 거기서 좋은 서비스와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경진원은 고객을 정점으로 하는 세 방향 소통에 진력하고 있다. 지난한 일이지만 모든 구성원이 합심 노력한다면 사통팔달의 소통망이 형성될 것이다. 협업도, 혁신도, 통합도, 고통분담도 모두 소통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홍용웅<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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