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지난 14일 10여 분가량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알려진 16일, 중앙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닮은꼴이 널리 회자했다.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깊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이청득심(以聽得心)’, 마음을 기울여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는 지도자란 공통점을 지녔다.
문 대통령의 경청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정신적인 스승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79)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들어주는 힘이 있고 생각을 깊이 한다. 들어주는 아량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의 초기 운영도 보좌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토론을 하며 방향성을 잡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기간 문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송 지사 역시 문 대통령의 ‘경청의 힘’에 반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3년 전 민선 6기 지휘봉을 쥔 송 지사도 민원인은 물론 직원들의 작은 목소리까지 크게 듣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공감과 이해로 상대방을 무장해제하는 송 지사의 힘은 타인의 말을 들어서 마음을 얻는 ‘이청득심’과 통한다. 말하는 것이 지식의 영역이라면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두 사람은 삶의 변곡점마다 듣는 지혜로 꽉 막힌 형세를 풀어왔다고 중앙 정치권은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53년생(문 대통령)과 52년생(송 지사)의 한 살 터울인 두 사람은 쿨(cool) 하면서도 담백한 스타일이란 교집합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두 사람은 정도(正道)를 걸으면서도 정(情)이 많다. 그렇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런 가벼운 유형은 아니다. 이런 점도 거의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송 지사가 오랫동안 교분을 갖고, 급하면 전화로 끊임없이 상의해온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본래 타고난 마음씨, 즉 심성(心性)이 비슷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닮은꼴은 문 대통령과 송 지사의 관계를 처음부터 급속히 가깝게 만들었던 근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 송 지사는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당 대표 시절에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전북 유치에 힘을 보탰고 ‘전북 몫 찾기’도 지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말엔 수술받은 송 지사를 병문안하는 등 돈독한 신의를 과시한 바 있다.
송 지사는 15일 전북도청 출입기자들과의 간담에서 “문 대통령과 그동안 끊임없어 교감을 해왔다”며 “대통령께서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한 것도 결코 그냥 나온 말은 아니다. 도 차원에서 현안이 잘 풀릴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닮은꼴이 도정 현안에 어떤 식으로 접목되고, 도움이 될지 비상한 관심을 끈다.
서울=전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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