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이법에 순응한 시선일여의 선풍
자연의 이법에 순응한 시선일여의 선풍
  • 김동수
  • 승인 2017.05.1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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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37. 이근풍(李根豊:1936-)

전북 임실 출생. 전북대 상대 졸업. 30여 년간 도내 내무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임함, 1988년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하여 1990년 시집 <<나에게 쓰는 편지>> 외 15권을 발간하면서 전북문협 회원과 계간 <<문학사랑>> 편집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시는 ‘물질 위주의 혼탁한 삶 속에서도 스스로 마음을 닦아 자연의 이법에 순응한 맑은 영혼의 시를 지향하고 있다.
 

 나는

 한 잎

 낙엽이고 싶다

 

 이른 봄

 파란 잎새 피었다가

 가을이면

 떠날 줄 아는

 한 잎

 낙엽이고 싶다

  -<낙엽>에서, 1990

 

  ‘파란 잎새’로 푸른 꿈 키우다가 때가 되면 겸허하게 ‘떠날 줄 아는∽낙엽이고 싶다’고 한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자연의 이법에 기꺼이 순응하겠다는 허정의 자세다. 절대 자연의 영원성과 그 앞에서 단 한 번 ‘피었다- 떠나는’ 유한자로서의 숙명적 한계와 안타까움을 ‘낙엽’에 비유하여 간결하면서도 담백하게 시적으로 승화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시에서의 ‘낙엽’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표상임과 동시에 유한한 인간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보기만 해도

 맑아지던 마음

 

 어머니 가슴에서

 피어나던 꽃

 

 고향집 어머니 찾아도

 

 함께 가셨을까

 가뭇없는 먼 길

  ㅡ<박꽃> 전문, 2013

 

  ‘박꽃’이 주는 이미지만큼이나 시상이 맑고 향토적이다. 그만큼 그의 시는 소박하고 순수하며 그 중심에 ‘자연’과 ‘어머니’가 있다. 가식이 없는 맨얼굴 그대로의 시다.

 

 눈 내리는 날이면

 하늘 문 열리는 날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카페에 앉아

 눈 내리는 정경 보면

 

 눈과 마음 맑아진다.

  -<눈 내리는 날> 전문, 2013

 

  ‘눈 내린 날이면’ ‘하늘 문아 열리는 날’ 그리하여 이날만은 ‘너와 내가 따로 없고’ 빈부, 상하, 귀천이 없다. 모두가 순한 백성들이 되어 어린애 같은 천심으로 돌아가 눈 내라는 정경과 하나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맑은 영혼으로 빚어낸/ 한 편의 시’ 그러나 아직도 ‘다 부르지 못한/ 마음의 노래’로 여전히 ‘가슴앓이’(<<가슴에 뜨는 별>> 서시, 2015)를 하는, 순백의 시심’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시 읽는 기쁨으로

 눈을 닦는다.

 

 시의 맑은 향기

 그 여운으로

 마음을 닦는다.

 

 한 편의 시에서

 새로운 소망의

 별을 닦는다.

  -<서시>, 2016

 

  최근에 발간된 시집 <<부르고 ?은 이름>>에 실린 <서시>에서처럼, 그는 오늘도 시로써 ‘눈을 닦고’ 시로써 ‘마음을 닦으며’ 시로써 ‘새로운 소망’을 찾아 일신우일신하는 시선일여(詩禪一如)의 삶, 곧 수행자로서의 고독한 선풍을 보이고 있다.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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