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적폐청산에 대하여
통합과 적폐청산에 대하여
  • 최정호
  • 승인 2017.05.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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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한나라-새누리당의 정권이 탄핵으로 막을 내리고 대한민국 국민은 지난겨울을 광장에서 보낸 후에 그를 선택하였다. 나는 대선 공약보다 후보자와 그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과거력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사람들은 이제 화합을 노래부르며 선거 기간 중 갈등을 봉합하여 미래로 나가자고 떠들 것이다. 내 기억에 통합과 적폐청산은 새로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다. 이 부분에 관하여 새로 출발하는 정권에 조언하고자 한다. 적폐는 폐단이 쌓여 있음을 의미한다. 프랑스 혁명의 용어로 바꾸자면 앙시앵 레짐일 것이다. 상대를 청산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이 구호는 사실상 혁명적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급진적 과격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이를 요구한 것이다. 민주주의 후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지난 10년간의 경험 때문이다.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이명박과 박근혜 세력들은 나라를 팔아먹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했으며, 젊은 군인들과 학생들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빈부의 격차는 심해지고, 젊은 사람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늙고 병든 사람은 보호받지 못했다. 헬 조선이라는 용어는 얼마나 공포스러운 표현인가? 물론 이 모든 것이 정치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입법, 사법, 행정뿐 아니라 언론, 기업, 교육에도 책임이 있고, 엄밀히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단어가 뜻하는 바 그대로 구체제는 체제 혁명 이전의 모든 체제를 망라한다. 구체제의 선거제도로 선출된 권력이 ‘혁명’을 실행 할 수도, 자격도 없다. 따라서 적폐청산은 공허한 구호로 마감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법체계 안에서의 <법대로>개혁은 가능하며, 적폐는 이러한 ‘탈법’적 폐단을 청산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즉 구체적인 사건 혹은 관행에 대한 합법적 원칙으로의 회귀를 목표로 한다. 문재인 정권에 지난 10년간의 참주정에 대한 적폐청산은 첫 번째 의무이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국회 구성은 새로운 개혁 입법안의 불임 혹은 난산의 조건이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개혁입법은 소리만 요란하다가 거의 모두 물거품이 되고 네 탓의 원한이 되어 허공 속으로 흩어져버렸다. 과거에서 배워야 한다. 적폐는 너무나 분명하여 반대하기 어려운 사항부터 구체적으로 합법적으로 그러나 흔들림 없이 준엄하게 시작해야 한다. 한반도는 백척간두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이 동생 딸 입학시키고, 말 사주고, 부동산 투자시켜주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우리는 동네북이 되어버렸다.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적폐라는 내 안의 암 덩어리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다음으로 ‘통합’을 주장했다. 이 공약은 조금 애매하다. 통합은 국가가 분할되어 정체가 분리되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달성될 수 밖에 없는 가치이다. 이편저편으로 나뉘어서 다투는 것은 그 공동체의 운전석을 서로 차지하려는 것인데 각 정파나 개인은 서로 다른 속셈을 당연히 가져야 하지만 공동체의 구성원은 통합된 전체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운전석을 차지하겠다는 자가 “자! 우리 분열하여 죽을 때까지 싸우든지 싸우다 분리하여 각자 나라를 세웁시다”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사실 적폐청산과 통합은 약간 서로 간섭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통합을 위해 적폐를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통합과 적폐청산을 함께 달성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최순실 사태가 수면위로 떠오를 때 나는 내 몸에 발생한 적폐청산을 시작했다. 생명체든 공동체든 시간이 흐르면서 적폐가 발생한다. 건강했던 내 치아는 오랜 사용과 치아에 대한 위생 게으름으로 오히려 치통으로 다른 치아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적폐 때문에 청산절차에 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오늘 대통령취임식이 있는 날 아침, 나는 임플란트 위에 치아를 덮어 구강 내 적폐청산을 완결하였다. 구강 내 적폐 청산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하물며 서로 적폐라고 주장할 공동체의 적폐가 간단히 청산되고 재건되기가 쉽겠는가? 그럼에도 아픈 치아는 뽑아버려야 온전한 다른 치아라도 기능 할 수 있으니 썩은 치아를 놔두고 우리는 건강할 수 없다.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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