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는 학벌철폐로부터
공교육 정상화는 학벌철폐로부터
  • 차상철
  • 승인 2017.05.09 19: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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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등에 업고 선출된 새 대통령이 사회 각 분야에 쌓여있는 적폐를 청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기회에 교육 분야의 고질적 병폐도 반드시 청산되길 바란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 기본교육인 초·중등교육이 입시경쟁을 위한 교육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덕·체가 조화롭게 발달하도록 인간을 양성해야 하는 학교가 도덕성, 태도, 가치관, 감성, 창의성 등에 중점을 두어 교육하기보다는 주요 입시과목의 점수를 올리기 위한 지식 암기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과도한 입시 경쟁은 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운영을 파행적으로 몰고 갈 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부모의 재력이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학교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다. 학교교육이 기회의 사다리가 되기보다 계급재생산에 기여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에서 과도한 입시경쟁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 바로 학벌에 따른 사회적 차별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가장 중요한 개인의 평가기준이 되고 있다. 학벌에 따른 사회적 차별은 자연스럽게 대학의 서열화를 가져왔고, 대학의 서열화는 바람직한 인간 형성의 장인 학교를 과도한 입시경쟁의 장으로 전락시켰다. 학벌에 의한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는 한 교육은 학벌경쟁, 즉 입시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고, 공교육 정상화는 실현 불가능하다.

이렇게 볼 때. 공교육 정상화가 단순히 입시제도의 변경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대학입시제도는 그동안 수많은 변화를 시도해왔지만 과도한 입시경쟁을 해소하지 못했다. 아니 입시경쟁은 오히려 갈수록 심화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학벌에 의한 차별은 그 자체가 사회적 불의이다. 따라서 교육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 실현과 사회적 평등성 강화를 위해서도 학벌에 의한 차별 철폐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벌에 의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어 왔다. 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의 부재가 문제였다. 새 대통령이 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대변하여 이번 기회에 학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디딤돌을 놓길 바란다.

첫째, 학벌에 의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기업과 공직의 인사 서류에 학벌을 기재하는 란을 없애고, 채용, 배치, 승진, 연수, 임금 등 모든 인사과정에서 학벌 차별을 일체 금지해야 한다.

둘째, 고위공직에서의 학벌독점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고위공직을 소수의 상위 학벌 대학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학연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기업들도 상위 학벌 대학 출신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고위공무원 임용 시 특정 대학의 과점화를 막는 것은 국가권력의 민주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셋째, 대학 서열체제 타파를 위해 대학연합체제(공동학위대학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사립대학도 이 체제에 포함해야 하는데, 일단 서울대를 포함하여 국·공립대학들부터 학생을 공동 선발하고, 학점을 교류하며, 공동학위를 수여하는 체제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때 학생 선발도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대입 자격고사제로 변경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수준 높은 교육과 연구는 뒷전에 둔 채 입시성적으로 학벌의 상위에 위치하는 데만 관심이 있던 대학들이 앞으로는 협력적 교육-연구 발전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고, 대학 평준화는 하향평준화가 아닌 교육과 학문 연구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학벌에 의한 사회적 차별은 새 대통령이 반드시 없애야 할 사회적 적폐이다. 적폐 청산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와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한 대통령으로 후대에 길이 기억되길 바란다.

차상철<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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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day 2017-05-12 16:49:59
국공립대 통합한다고 학벌차별이 없어지고 서열이 없어지나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다시 서열싸움과 학벌차별이 일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