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고령화 극복으로, 활력있는 농어촌 만들기
농촌고령화 극복으로, 활력있는 농어촌 만들기
  • 김준채
  • 승인 2017.05.08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낮의 기온이 20도가 훌쩍 넘으면서 어느덧 여름의 문턱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한다. 희망차게 출발했던 2017년도 벌써 5개월이 지나고 이제는 하반기로 접어들 때가 다가오고 있다. 엊그제 퇴근길에 보았던 만개한 철쭉과 푸른 잎들이 제법 싱그럽게 느껴져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그러다 문득, 우리 농어촌의 어려운 현실이 뇌리에 스쳤다. 갈수록 어려워져만 가는 농어촌은 언제쯤이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통계를 보면 농가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이 38.4%로, 전체인구 대비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13.1%보다 무려 3.1배나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대다수 농어촌지역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인복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활력 있는 농어촌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농어촌지역 노인복지의 일차적 책임을 져왔던 가족의 기능이 상실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노인복지는 매우 심각한 공백상태에 놓여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에 비해 보건·의료·문화·교육 등의 시설 접근성이 매우 불리하다는 환경조건까지 고려하면 농어촌지역의 노인복지는 상대적인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발전과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어촌인구가 급속히 도시로 유출되는 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WTO출범 이후 농산물수입 전면개방과 쌀시장 개방 확대와 맞물려 비교적 젊은 인력들이 농어촌에 대한 희망을 접고 영농을 포기하면서 이농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농어촌의 인구가 줄다 보니 품앗이하며 상부상조했던 미풍양속은 점점 사라지고 있고 원예작물농가나 과수농가 등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는 작물은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 대체인력을 도시에서밖에 구할 수 없는 실정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바쁜 농번기에는 평상시보다 2~3배 높은 인건비가 들고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대부분이 노인부부이거나 혼자 사는 경우여서 노동력 부족으로 농지가 휴경지로 방치되고 있기도 하다.

잘 알다시피, 농어업은 단순히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원적 기능을 많이 가지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논은 홍수를 조절하고, 산소를 생산하여 수질 및 대기 정화의 유익한 기능을 하여 연간 20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국민정서 함양, 생태계 유지, 전통문화 계승, 환경교육, 보건과 더불어 쾌적한 자연경관을 보존하고 있어 주 5일 근무제와 맞물려 도시민에게 휴양 및 레저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국민의 소중한 자산인 농어촌을 보존하고 농어촌지역의 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농어촌만이 가진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어촌이 이미 가지는 공익적 기능을 최대한 살리고 소비자가 더 이상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농어업을 실현해야 한다. 이에 가장 근접한 방식이 친환경 농업이 아닐까 싶다.

친환경 농업은 환경을 보전하면서 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건강한 식품을 공급하고 생산자인 농어업인에게는 소득을 보장하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전략이 가능한 농사 방법이다.

물론, 친환경 농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비가 든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생산하다 보니 안전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농어업과 환경이 조화를 이뤄 지속가능한 산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이익과 더불어 생태계 순환이 원활하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렇게 친환경 농업을 이용하여 지역마다 가진 각각의 장점을 특화해 농산물을 생산하게 되면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통해 높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산물 로컬푸드 직거래장터 공간을 만들어 안전하고 품질 좋은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도시민과의 교류를 촉진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도 있다. 실제로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각종 농산물과 농산가공식품을 파는 로컬푸드직거래장은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농산물을 제공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판매량 또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는 농산물 체험이 가능하게 하여 관광객들에게 농업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택배로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하여 농어촌에 소득과 일자리 창출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이 같이 농어촌의 노인들이 재취업으로 농어촌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고령농업인의 눈높이에 맞는 영농교육, 농산물 유통교육, 관광안내 및 서비스 교육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농어촌은 생산 공간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어메니티를 갖고 있는 정주 공간, 휴양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농어업체계의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지역별 특색을 반영한 성공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농어촌의 활력을 되찾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농어촌에 대해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가 많이 있다.

우리의 관심이 앞으로의 농어촌에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오늘 하루쯤은 농어촌이 주는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

김준채<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