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새로운 세상을 연다.
투표가 새로운 세상을 연다.
  • 임성진
  • 승인 2017.05.08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은 한국 정치사의 새 장을 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이번 선거는 특히 엄동설한을 버티며 긴 시간 촛불을 밝혀온 시민 혁명의 산물이기에, 그리고 단순히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을 넘어 직접 우리의 힘으로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 순간이기에 아침을 맞는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늘 당대에 요구되는 시대정신이 있고, 동시에 이를 변화시켜나가는 큰 흐름이 존재한다. 이번 대선 역시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시대정신을 발현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데, 이번엔 변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인수위원회가 없는 새 정부의 특성상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사전 토론회가 유난히 많이 열렸는데, 몇 주 전 한 토론회에서 “20년 넘게 정책전환을 주장했는데 이번처럼 대다수의 후보가 한목소리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존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실제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 그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억눌러온 기득권의 주장들이 마치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새로운 가치로 바뀌는 듯한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킹던(John W. Kingdon)은 복합적인 상황에서 그동안 상호 독립적으로 주장되던 사회적 문제와 그와 관련된 정책적 해법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정치적 흐름과 결합함으로써 최종 정책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정책흐름모형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지금 우리가 얼핏 보기엔 혼란스럽고 일시적일 것 같은 사회적 합의가 결코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실상은 분명한 정치적 흐름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시 말해, 현재의 새로운 가치와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그동안 시민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일관되게 발전시켜온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시대적 요구가 정치적으로 표출된 결과인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단순히 권력을 얻기 위한 정치 공학적 전략들은 매번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 그리고 그 어느 선거 때보다 TV 토론을 통한 정책검증이 열기를 띠었으며, 청년층의 정치 참여도도 놀라울 만큼 높아졌다. 게다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세월호의 아픔도 국민의 마음속에 변화를 갈구하는 원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보자면 지금 우리 사회에는 분명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새 정부는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 일자리 창출, 국민의 안전보장, 정치사회 개혁, 새로운 번영과 같은 숫한 개혁의 과제를 안고 출범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 정신이 조기 대선을 가져왔다면, 변화를 실현시키는 것 또한 시민의 몫이고 책임이다. 오늘 우리의 한 표가 모여야 그동안 꿈꿔온 세상도 현실화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말기 바란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행정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