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과 노동시간 감축 위한 책임의 정치
최저임금 1만원과 노동시간 감축 위한 책임의 정치
  • 최낙관
  • 승인 2017.05.07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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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해 왔던 최저임금 1만원과 노동시간 감축의 꿈은 과연 이번 19대 대선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이러한 공약들이 성장의 논리에 밀려 그간 논의만 무성했지 근로자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는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장기 미제로 남은 사안 중 하나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 해결될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왜냐하면 대선에 출마한 5당 후보들 모두가 임기 안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장시간 노동으로 신음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한 노동시간 감축에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공약들이 자신들의 정치철학과 소신에 근거하는 것인지 아니면 득표 극대화를 위한 선거 전략인지 직접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노동현장에는 희망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최저임금협상은 매년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난제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위한 협상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파행 끝에 결국 2017년 최저임금은 작년보다 7.3% 인상된, 즉 금액으로 치면 440원 인상된 6,470원으로 확정되었다. 이는 월 급여로 환산하면 1,352,230원으로 인간다운 삶을 위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 기반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는 시급 기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는 한편 향후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가구생계비를 포함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최저임금을 임기 내 최소 1만원까지 인상은 물론 최저임금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홍준표 후보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약속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주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겠다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이 상향조정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제도적 조치가 노동시간 감축과 나아가 이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저녁이 있는 인간다운 삶은 물론 특히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도 최저임금의 상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2,246시간), 코스타리카(2,230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노동시간은 길지만, 일인당 생산성은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노동시장의 왜곡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OECD가 우리에게 던지는 권고는 우리의 치부를 드려내는 것 같아 민망하기 그지없다. 즉 노동시간 대비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는 물론이고,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에 대한 직업훈련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대선주자들의 시간당 1만원의 최저임금과 연간 1,800시간의 근로시간 보장과 같은 공약들이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물론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구체성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그 공약들이 곧 ‘정치적 수사’로 비춰지고 있기에 ‘정말 그럴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대선후보들의 입에서 나온 공약들을 애써 믿고 싶어 한다. 국민들은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든지 중요한 것은 약속과 믿음의 정치로 화답해주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실과 속임수의 정치는 이번 대선을 마지막으로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책임의 정치’임을 대선주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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