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이다 멈춰
빨간불이다 멈춰
  • 김현수
  • 승인 2017.05.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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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에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전에 유치원에서 꼭 배우던 것 중 하나는 신호등을 지키는 것에 대한 노래였다. “빨간불이다 멈춰. 노란불이다 돌아. 파란불 켜졌다 어서어서 건너자”라는 노래를 부르는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서 즐거워했던 경험은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모두가 있을 것이다. 이 노래는 아이들이 부리는 재롱 일부로만 생각하고 간단히 듣고 넘기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현대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것을 가르쳐 주는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한된 범위의 국토에서 살아가야 하는 실정에서 도시화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증가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질서가 확립되기를 바랄 수만은 없기에, 원활한 교통의 흐름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신호등과 같은 여러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를 지키는 것은 모두의 안전과 원활한 교통흐름의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 되었다. 화사한 날씨만큼이나 행복한 가정생활을 바라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5월을 가정의 달로 부르고 있다. 실제로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같이 넓은 범위의 가정사에 관련된 기념일이 집중되어 있는데, 특히 올해에는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다양한 휴일이 포진하고 있어 많은 가족이 들로 산으로 나들이를 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가족 단위의 나들이를 이야기할 때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가족의 모습만을 떠올리겠지만, 늘어나는 교통량만큼이나 여러 가지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철저하게 질서를 지키고 법규를 준수한다면 교통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사고발생이 현저하게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법규준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차량이 없거나 감시카메라가 없는 경우 빨간불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운전자들이 여전히 많고, 무리한 끼어들기를 하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도로 한가운데서 급정거를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나섰던 나들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으로 변하는 일들이 매년 반복될 것이며,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발생률 1위라는 오명 또한 벗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마도 국민 모두와 정부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빨간불에는 멈춰야 하고 파란불에 진행해야 한다고 꾸준히 배워왔고, 우리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교육해 왔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신호를 어기고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모습은 왜 나타나는 것인가? 아마도 ‘우리’보다는 ‘나’를 앞세우는 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람들이 남이 불편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저 나와 내 가족이 좀 더 편하게, 빠르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보다는 우리를, 더 나아가 국가 시스템 전체를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또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신호등이나 도로의 구조물을 설치할 때는 단순히 시설의 효율성만을 고려하지 말고, 국민들이 어떤 식으로 새롭게 설치되는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지 좀 더 쉽게 이해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많은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운전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좌회전할 수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빨간불에도 좌회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신호등을 보면 비보호 좌회전을 안내하는 표지판은 있지만 언제 좌회전을 할 수 있는지 표시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나마, 표시된 안내문은 짤막한 “신호 겸용”이라는 글씨뿐인데, 이를 보고 언제 좌회전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차라리, 비보호가 허용되는 모든 교차로에 “직진신호시 비보호 좌회전 가능”이라고 좀 더 쉽게 표시하는 것은 어떨까? 요즘 많이 설치되는 로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로터리에서는 회전차량이 우선 진행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잘 아는 시민이 많지 않기에 회전하는 차량과 로터리에 진입하는 차량이 뒤엉켜 혼잡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홍보 또는 교육 또한 필요해 보인다. 비보호 좌회전이나 로터리에서의 교통흐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가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확한 규정을 국민에게 알리는 노력을 좀 더 기울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야 하는 가정의 달이다. 시민과 정부가 함께 노력하여 뜻하지 않은 사고로 불행해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현수<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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