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 개혁, ‘대학서열화’를 깨뜨려라!
한국의 교육 개혁, ‘대학서열화’를 깨뜨려라!
  • 천호성
  • 승인 2017.05.03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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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선거가 이제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새 대통령을 선택하는 몇 가지 기준으로 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을 참고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수없이 많은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주목하고 있는 공약은 교육과 관련된 공약이다.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교육공약을 보면 박근혜 정부 집권 내내 탈도 많고 문제가 많았던 누리과정 국가책임부터 복잡한 대입전형의 단순화 시행, 학제개편,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이나 폐지,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와 심지어 교육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까지 다양한 방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마치 이러한 공약이 다 시행되면 한국의 교육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배후에서 한국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를 재생산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화두는 대학입시이며, 그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대학서열화 문제이다. 요컨대 대학입시는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의 대학은 서열화되어 있고,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서열화된 대학을 놓고 더 높은 사다리를 잡기 위해서 매일매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이 번창하는 것도 서열이 높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사교육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경제력이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사교육의 불평등 구조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은 왜 가는가? 라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대졸자의 30%가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우리사회 현실이 무엇을 웅변해 주는가! 사람들은 양질의 복지와 높은 연봉에 더해 직업안정성과 적정 근무시간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흔히 대기업과 공기업, 공무원 같은 일자리이다. 공무원 시험이야 대학차별이 없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처럼 상위 10%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려면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리고 명문대학에 입학하려면 입시교육의 상대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내야만 한다. 그런데 이 성적은 대체로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비례한다. 이게 바로 사교육에 기반을 둔 ‘교육의 불평등’이다. 따라서 대학 서열화라는 현실 위에 교육의 이면에 숨어있는 불평등의 구조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 없이는 한국교육의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교육에 의한 한국교육의 불평등 구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즉 특권층(고소득층)의 자녀들은 고액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자립형사립고(자사고)나 특목고 진학에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자사고나 특목고 출신들은 대게 엘리트대학에 진학하고, 이 엘리트 대학에 국비지원이 집중된다. 현재 소위 스카이(SKY)를 중심으로 하는 2.4%의 소수 엘리트대학에 국가 재정지원의 10%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다시 전문직, 고소득층을 독점하게 되며, 특권층(고소득층)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수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의 집중은 오히려 교육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교육의 불평등 구조 속에서 계급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흙수저들은 금수저들을 능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을 추구해 가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교육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이며 의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교육이 부모 경제력으로 무장된 사교육을 통해 포장되고, 한국사회에서는 오히려 불평등을 재생산해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교육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고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학교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학서열화를 깨뜨리는 획기적인 정책시행이 우선되어야 한다.

천호성<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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