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절대적 가치, 한일 양국문화 가교역할 할 것”
“전통은 절대적 가치, 한일 양국문화 가교역할 할 것”
  • 최고은 기자
  • 승인 2017.05.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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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전북국제교류센터 초청으로 전북을 찾은 심수관 선생이 특강에 앞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백년간 계승해온 조선 도공의 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북도청 제공

“조선 도공의 명맥을 이어오는 일, 저에게는 절대적 가치이자 자부심입니다.”

알아듣지 못한 언어에도 노(老)도공의 입에서 나온 ‘조선’은 유난히 크고 또렷하게 들렸다.

일본에서 400여 년간 조선도공의 명맥을 이어온 심수관가(家) 15대 심수관(57·본명 심일휘)선생의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도 힘이 넘쳤다.

2일 전북국제교류센터 초청으로 전북에서 특강을 열게 된 심수관 선생은 특강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한일 양국간에 쌓여온 역사적 고정관념에 대해 이해의 시간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자 참여하게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선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일본포로 생활에서 어떻게 생활해왔는지 역사적 이해를 드리고자 특강을 하게 됐다”며 “그 시대의 삶과 심수관가 선조들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한국인들이 조금이나마 역사를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심수관가는 1598년 정유재란 당시 남원에 살다가 일본 가고시마현으로 끌려간 청송 심씨 가문의 도공 심당길(沈當吉)과 그 후손들이 현지에서 419년 동안 도자의 맥을 잇고 있는 도예 명가다.

선조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본명 대신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이번에 전북을 찾은 심수관 선생은 15대이다.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이탈리아 국립미술 도예학교를 거쳐 1999년 심수관 이름으로 습명(襲名: 전통예술계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이어받는 것)한 15대 심수관 선생은 “수백 년째 계승해온 심수관가의 도예를 지켜나가는 것이 나의 명분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백 년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전통과 가문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존중했던 것이 원천이 됐다”며 “선조가 조선인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예술적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역사적 사실이 그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수백년 동안 도공의 혼을 계승해온 그에게도 세월에 잊혀가는 작금의 현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심수관 선생은 “젊은 사람들이 성인이 됐을 때 도예를 배우고 싶어도 전수할 사람이 없다면 명맥이 끊기는 것, 곧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디지털시대에 옛것을 지우기보다 기록화하고 명맥을 이어간다면 전통을 지속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우리 민족의 예술적 혼으로 탄생한 일본 3대 도자기 중 하나인 사츠마도자기를 보면 더욱 알 수 있다.

그는 “혁신이 없는 한 전통은 생각할 수 없다. 옛것을 그대로 지키는 것은 전통이 아니라 전수이다”며 “예전 것보다 조금 더 좋게 아름답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 물건을 만드는 사람의 기본 원칙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전북도청에서 ‘도방잡화(陶房雜話-도자기 이야기)’라는 주제로 제1회 도민 국제교류 이해 강연을 마친 뒤 3일 남원에서 열리는 아버지 14대 심수관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심수관 역사를 되새길 예정이다.

“여권은 한국에 올 때만 사용한다”며 고향인 남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그는 “흉상은 젊은 사람들이 과거의 역사를 알고 긴 역사 너머 선조들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엇이든지 한국과 일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싶다”며 “가업을 잇는 것과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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