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주인, 자동차에서 사람으로
도로의 주인, 자동차에서 사람으로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7.04.27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 첫 마중길 조성사업 (하)

 전주역 앞 첫 마중길이 내달이면 준공될 예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곳을 이용하는 일부 운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전주 첫 마중길이 교통 혼잡만 유발하고 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S자 곡선으로 도로선형을 바꾼데 따른 것이다. 직선에서 곡선으로 도로선형이 바뀌자 평소 운전습관대로 속도를 내기 때문에 ‘사고가 날 뻔 했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반대로, 곡선도로 덕분에 차량의 속도가 줄어들어 더욱 안전한 도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민도 많다. 실제, 곡선도로는 직선도로보다 교통사고율이 낮다는 통계가 있다.

경찰청이 지난 2009년에 발표한 ‘도로 선형별 교통사고 분석’에 따르면, 연간 고통사고 21만5822건 중 직선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는 19만7822건으로 전체의 91.7%를 차지했다. 반면, 곡선도로의 경우, 전체의 7.3%에 불과한 1만5879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도 전체 5879명 중 76.6%인 4677명이 직선도로에서 발생했고, 곡선도로는 19.7%인 1159명으로 조사됐다. 곡선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자도 전체 부상자 30만9257명 7.8%인 2만6759명에 불과했다.

전주 첫 마중길처럼 직선도로를 곡선도로로 바꾸려는 시도는 전주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우르과이 남부 라군(lagoon)지역에는 지난 2015년 말 다리를 건너는 차들이 속도를 줄여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라는 의미로 원형다리가 건설되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자동차를 위한 도로에서 사람을 위한 거리로 만드는 첫 마중길 조성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침체된 주변상권도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문을 닫는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를 잃었던 상인들과 첫 마중길 조성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했던 인근주민들도 이제는 첫 마중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첫 마중길 명품 가로숲 조성을 위한 시민희망나무 헌수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시는 광장과 거리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관광객이 첫 마중길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첫마중길 조성은 전주의 삭막한 첫인상을 밝고 매력 있는 얼굴로 확 바꾸고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일이다. 이것은 자동차보다는 사람의 도시, 콘크리트보다는 녹색생태의 도시, 직선보다는 곡선의 도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사람들을 머물게 해서 도시의 활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경제가 살아나게 하는 열매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는 사람과 문화로 넘쳐흐를 전주 첫 마중길이 오랫동안 침체됐던 역세권 경기를 되살리고, 2000만 관광객시대를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키우고 있다.

한성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